길 속의 이지당

글 읽는 소리에 추위를 잊고

간밤 내린 눈으로 인해 봄이 오는 시기가 살짝 늦추어졌다. 세상에 낮은 곳을 딛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높은 곳은 없다. 삶을 사는 데 있어서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상태로만 지낼 수는 없듯이 팽팽함과 느슨함이 공존하는 것만이 삶을 잘 다루는 방법이다. 세상의 온갖 사물을 판단한다는 것은 그것들의 차이를 인식한다는 의미로 이것과 저것이 다르다는 생각은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는 태도와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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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이지당은 계절의 변화를 쉽게 눈치챌 수 없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정확한 길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처한 환경이 다르니, 가르침의 태도나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것을 방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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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것만의 내공이 갖추어져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계절과 식재료 등의 쌓인 내공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요리법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 수 없고 평소에 계속 쌓아두지 않는다면 정작 필요할 때 쓸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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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옥천의 이지당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곳은 지난해 12월 보물로 지정된 이지당(二止堂·보물 제2107호)은 서당 최초로 국가 보물로 등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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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서당 건너편 각신 마을의 지명을 따서 각신 서당(覺新書堂)이라 불렸다가 지금의 이지당이라는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1607~1689)이 붙인 것이다.‘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라는 문구의 끝, 두 개의 지(止) 자를 딴 것이 이지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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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런 길을 온전히 걷고 있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산이 되어보고 싶다. 이지당의 서쪽 익랑은 2층 누각으로 꾸며져 있는데 서당의 형식을 넘어서는 옛 조상들의 건축관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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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자세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련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내를 배울 수 있듯이 삶의 패턴을 바꾸어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학문이라는 것도 그런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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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찾아가 본 곳이었지만 보물로 지정이 되었다길래 기념으로 다시 한번 찾아가 본 곳이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주변에 그냥 놓여 있는 돌들도 남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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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세상은 반드시 각자의 능력에 맞는 보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인생에는 우연, 신비, 비극 또는 겸손함 등도 필요한 때가 있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길은 있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넓혀진 스펙트럼 속의 한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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