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때문에 먹는 음식
밀은 가을에 심고 겨울에 자라서 봄에 이삭이 패고 여름에 추수를 하는 곡물이므로 밀가루 음식은 갓 추수한 여름이 제일 맛있으며 사시사철 먹는 칼국수의 재료이기도 하다. 그런데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오랜 시간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집안 환경 때문에 의도치 않게 라면을 삼시 세 끼를 먹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무미건조해 보이는 그 맛이 익숙하지가 않다. 칼국수를 먹는 이유는 바로 주연을 제외하고 조연들 때문이다.
칼국수에 국물 맛이 베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음식을 주문하고 10여 분 만에 밀가루로 만든 칼국수에 그 맛이 베일수는 없다. 그래서 별 맛이 없다. 칼국수에 김치와 깍두기가 맛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이하게 국물 맛과 어울리는 식재료가 있다. 계란이나 호박은 국물과 잘 어울린다. 칼로 자르는 칼국수 절면은 그나마 국물을 잘 흡수하지만 식감을 위해 쫄깃하게만 만든 면은 한계가 있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참 재미가 있다. 식재료도 흥미 있고 어떻게 만들었을지 추측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 음식점은 겨울이지만 냉동 굴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제철에 나온 굴을 사용했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본 음식점이었다.
칼국수는 대전에서 유명한(대전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이 뭔지는 아직도 못 찾았다) 음식이기는 하면서 특히 옛 도심에서 한국전쟁 이후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맛도 있고 추억이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뭐 딱히 그렇게 맛이 있지는 않다. 뭐 집마다 독특한 색깔이 있지만 조금 더 치열한 음식에 대한 발견이 필요한 때다. 참고로 이 칼국수는 대전의 음식점의 칼국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