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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8. 2021

고귀한 길

혼자만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

개인적으로 쿠팡을 이용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긴 했다. CJ대한통운같이 물류를 갖추고 있기에 확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지만 돈을 먹는 하마처럼 적자만 계속된 기업인 것은 사실이다. 상장이 되었을 경우 기업의 가치를 보니 Naver나 Kakao의 주식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자 확보는 했지만 Naver나 Kakao에 비해 수익성이 좋지 못한 쿠팡으로 인해 반사이익으로 주가가 올라가고 있었다. 쿠팡이 상장하면 주가총액이 50조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Naver나 Kakao의 주가가 낮아 보이는 결과라고 할까. 


쿠팡이 뉴욕에서 상장하는 이유 중에 큰 것은 아마 차등의결권 같은 대주주의 권한 때문이라고 보인다. 쿠팡이 세계적인 기업도 아니고 한국에서 가입자 확보를 많이 한 쇼핑 플랫폼 기업일 뿐이다. 상장하고 들어온 돈으로 아무리 경영을 잘한다 하더라도 아마존의 근처에도 가기 힘들어 보인다. 가능성이라고 보는 것은 Naver, SSG, Lotte 등 춘추전국시대처럼 평정되지 않은 국내 쇼핑 시장에서 절대적인 파이를 키우는 정도일 것이다. 


돈이란 과연 무엇일까. 과연 돈은 능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일까란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덜하지만 포털을 채웠던 기사 중에 하나가 연예인이 어떤 건물을 매입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유명세를 제외하고 개개인의 건물 매입건을 왜 기사로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우러러보는 대상처럼 보이기 때문에 낚시기사로 딱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음식에 대해 고민하고 어떤 것을 먹느냐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하려는 사람들은 음식을 아주 쉽게 본다. 사람이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음식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 없이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오픈하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불쾌하다. 적당한 입지에 인테리어를 하고 돈을 쓴 다음 대충 음식을 만들어 판다. 정말 맛있고 고민이 되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입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 어렸을 때 상권분석과 관련된 책을 보고 해보기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사람을 어떻게 낚느냐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말 개(?) 맛없는 음식을 내놓는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여당, 야당을 떠나 균형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지인에게도 말한 적도 있지만 지금의 정권도 진보적인 가면을 쓴 보수와 다름이 없다. 조국 교수를 그렇게 파헤쳐서 공정과 공평이 이루어졌는가. 여론전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칼잡이와 다음을 위한 방패 잡이들만 있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교육의 기회는 절대 공평해질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상태도 괜찮고 미래도 나쁘지는 않지만 무언가 씁쓸하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정하다는 착각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의 존엄성을 생각하지 않고 쉽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돈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코로나 19에 음식을 배달하는 수요가 늘었다고 하지만 배달을 1년에 5번도 안 해보는 사람으로 보통은 주문하고 직접 찾으러 가는 편이다. 최근에도 대부분의 배달은 음식이다. 음식은 방금 나왔을 때가 가장 맛이 있다. 


공동의 선에 기여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사회를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들 것이지만 그렇게 만들려는 정치인도 없고 언론도 없고 사람도 돈의 숫자에 휘둘린다. 한국에서 돈을 번 기업이 뉴욕증시에 상장해서 국내 증시에 기여하지 않고 연예인이 돈을 벌어 빌딩을 사고 음식에 대한 혼이 없이 팔아서 돈을 벌 생각만 하는 것과 유명해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 속에 능력주의는 의미가 없다. 


지인에게 요즘 말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돈을 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돈을 쓸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 없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분들은 코로나 19가 상당히 짜증 나겠지만 개인적으로 순간의 욕구 해소보다는 가치 있는 주식 한 주를 사는 것을 선호한다. 결국 없어지는 것을 위해 돈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쓰고 싶은 욕구는 있다. 결국에는 상충되는 것이 아닐까. 


그나마 정말 재미있는 것은 어떤 이에게 새로운 시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 깨달아서 변화할 뿐이지 사람을 바꾸려고 하면 충돌만 일어난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고귀해지려고 하는 모든 노력과 한 사람을 위한 행동 속에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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