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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8. 2016

왜 여자를 혐오하는가.

시대는 바뀌었으나 변하기 싫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드 보브아르는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인간으로 규정되고 여자는 여성으로 규정된다." 이 말의 의미는 이 글을 읽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테니 각자 음미해보기 바란다. 


2000년대 들어 여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여혐이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다. 세상의 50%는 남자고 50%는 여자인데 반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인가? 왜 여자들은 혐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흐름에는 여론도 한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고성장을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한국은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저성장의 시대에는 일자리도 많이 생기지 않고 매년 급여가 올라가던 때와 달리 아주 조금씩 오르던지 수년간 고정되어 변하지 않기도 한다. 대학만 나오면 웬만한 일자리를 구하던 때는 이미 과거로 흘러가버렸고 질 좋은 일자리는 눈이 띄게 줄어들었다. 이세돌과 알파 고의 바둑에서 보듯이 기계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너무 고비용의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과거보다 질 좋은 일자리도 줄고 직업을 얻었다 하더라도 고비용을 감당할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열린 과실을 충분히 먹은 세대들은 베이비붐 세대로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했고 부동산 투자로 인해 한몫을 챙긴 마지막 사람들이다. 


그 자식 세대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적 고비용 구조를 감당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덕분에 베이비붐 세대들은 해피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과 그 과실을 나누어 먹으면서 소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가 빠르게 변했고 2000년대에는 확실하게 그 흐름으로 변해갔다. 


일부 여성들이긴 하지만 이런 사회변화는 외면한 채 여성인권이라던가 왜곡된 페미니즘에 열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 부모세대들의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받았던 것만 기억한다. 지금 여성들은 그런 세대를 겪지 못했다. 


이제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며 도시에서 살아가기 힘든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 사람이 벌어서 충분할 정도의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작년에 영화를 취미로 모이는 카페 모임에 간 기억이 있는데 그곳에서 월급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 적이 있다. 여자들의 대부분은 남자들의 급여 마지노선을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즉 월에 얼마 이상의 급여를 받아야 사귀겠다던지 결혼을 고려하겠다는지 등의 기준 말이다. 그나마 생각(?)이 있는 여자가 이런 말을 했다. 남자가 받는 월급이 200은 넘어야 한다고 말이다. 


200만 원이 어느 정도 수준일까. 그 돈을 받아서는 서울에서 살기 힘들다. 맞벌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급여를 받는다면 그냥 한 달 한 달을 살아가는 수준일 것이다. 지방광역시라면 아끼고 아낀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를 것이다. 눈치를 보아하니 그곳에 참석했던 결혼 적령기의 남자의 40%가 월 200만 원을 못 받는 것 같았다. 생각 외로 비중이 높아서 의외였다. 그들의 눈빛에서 주눅 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남자가 여자와 사귀려면 파트타임이 아닌 직장에 다녀야 하고 급여도 최소한 상대 여자와 같던지 높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여자는 파트타임이거나 현재 무직 상태여도 가능하지만 남자는 안된다. 여자는 되는데 남자는 안 되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결혼이 인생에서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도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남자에게 바라는 그 책임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여혐은 현실의 괴리에서 자기비하를 먹고 커지기 시작했다. 신체적으로 키가 더 커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차가 있어야 하고 선물은 당연히 여자가 해준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을 해줘야 하는 것 외에 학력도 여자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요즘 많이 바뀌긴 했지만 결혼하면 결혼비용도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젊은 남자들은 일부의 여성이 SNS 통해 남자친구가 사준 명품백을 자랑하던가 비싼 옷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김치녀라 치부하면서 모두 몰아세운다. 그런 여자는 악마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다. 


한국 사회가 왜곡되어 있고 물질만능주의에 경도되어 사람들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사례를 가져다 든다. 남자만 군대를 가는 것에 대한 불평등은 이미 단골 주제가 되어버렸다. 여자들도 주장하는 것들이 있다. 연인에 의한 폭력 등을 문제로 삼기도 한다. 이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상대방이 해주는 것에 급급해하지 않고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 남자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자가 받는 급여가 남자에 비해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남자가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 기득권이나 확실하게 이해집단으로 변해버린 대규모 노조단체를 제외하고는 괜찮은 급여를 받는 직장의 수는 많지 않다. 


시대가 변했고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될 때가 왔다. 남자라서 이래야 하고 여자라서 저래야 하는 것은 이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의미 없는 논쟁이나 비하는 사회적 비용만 크게 만들 뿐이다. 아직 낳지도 않은 아이나 미래 결혼에서의 의무를 현실로 끌고 와서 논쟁하고 한 가정의 경제적인 부분을 한 성에게만 맡기는 시대도 지나갔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서로가 할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 양성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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