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r 29. 2021

오늘을 즐겨라

봄 맞아찾아간 청양의향교 탐방

한 때 이 순간을 즐기라는 욜로족의 삶이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처럼 된 적도 있었다. 이 순간을 누릴 자격이 있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을 즐겁게 (carpe diem)"은 농사와 관련된 은유로서 로마의 시인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의 마지막 부분의 시구의 첫 시작이다. 카르페(Carpe)란 말은 카르포 (Carpo)라는 동사의 명령어로 추수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즉 한 해의 과실을 수확하는 과정 속에 땀을 흘리는 농부에게 누리다(diem)라는 의미가 붙여져서 오늘을 즐겨라라는 의미가 된 것이다. 

오늘을 즐기라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그것에 대한 즐거움을 누리라는 의미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좀 더 쉽게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에서 노력은 어떻게 보면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오늘을 즐기라는 의미는 바로 눈 앞의 것만 챙기고 감각적인 즐거움에 의존하며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에 왔을 때 청양향교는 문이 닫혀 있었는데 봄 이어서 그런지 문이 열려 있었다. 청양의 장곡사 상대웅전(보물 162호), 장곡사 설선당(유형문화재 151호), 장평면 정혜사(전통사찰 제31호), 청양향교(기념물 133호)는 청양군이 문화유산 보존관리와 문화재 원형 회복을 위한 주요 문화재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가는 것이나 육체적이고 일시적인 쾌락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충만한 삶과 마음을 흐트러지지 않는 영혼의 평화로운 상태를 느끼며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오늘을 즐기는 방법이다. 

청양향교에 와서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처음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 더 있으면 미묘한 자연의 소리와 바람소리가 섞여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청양향교를 대표하는 나무는 은행나무가 아니라 느티나무로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고, 맛있는 열매를 맺지도 않는데 마을의 정자나무로 심는 것을 보면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봄·가을에 석전(釋奠)을 봉행(奉行)하며 초하루·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는데 3월에 춘계 석전대제를 했다. 청양향교는 설립 연대는 미상이며, 1851년(철종 2)·1874년(고종 11)·1904년에 중수하였다.

인생에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지만 지름길은 없다.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뒤에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있을 뿐이다. 고택이나 향교 같은 곳에 오면 오랜 역사만큼이나 느리게 가는 것이 오히려 빨리 갈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청양향교의 좌측으로 오면 옛날에 사용했던 우물이 지금도 보존이 되고 있고 홍매화가 피어 있는 뒤로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 있다. 봄은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철이다. 42%대 40%로, 아슬아슬하게 가을을 앞선다고 한다.  해 뜰 녘의 화려함이, 해 질 녘에는 달리 보이는 홍매화는 처연하면서도 독야청정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향교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오늘을 즐기라는 그 한 때를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누구나 안다. 어렵게 갈 수 있는 길은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으로만 본다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의 수요는 넘쳐나지만 어렵게 갈 수 있는 길의 수요는 적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떤 길이 더 좋았을지 알 수가 있다. 배움이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흥덕향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