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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즐겨라

봄 맞아 찾아간 청양의 향교 탐방

한 때 이 순간을 즐기라는 욜로족의 삶이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처럼 된 적도 있었다. 이 순간을 누릴 자격이 있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을 즐겁게 (carpe diem)"은 농사와 관련된 은유로서 로마의 시인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의 마지막 부분의 시구의 첫 시작이다. 카르페(Carpe)란 말은 카르포 (Carpo)라는 동사의 명령어로 추수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즉 한 해의 과실을 수확하는 과정 속에 땀을 흘리는 농부에게 누리다(diem)라는 의미가 붙여져서 오늘을 즐겨라라는 의미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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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즐기라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그것에 대한 즐거움을 누리라는 의미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좀 더 쉽게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에서 노력은 어떻게 보면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오늘을 즐기라는 의미는 바로 눈 앞의 것만 챙기고 감각적인 즐거움에 의존하며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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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왔을 때 청양향교는 문이 닫혀 있었는데 봄 이어서 그런지 문이 열려 있었다. 청양의 장곡사 상대웅전(보물 162호), 장곡사 설선당(유형문화재 151호), 장평면 정혜사(전통사찰 제31호), 청양향교(기념물 133호)는 청양군이 문화유산 보존관리와 문화재 원형 회복을 위한 주요 문화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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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가는 것이나 육체적이고 일시적인 쾌락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충만한 삶과 마음을 흐트러지지 않는 영혼의 평화로운 상태를 느끼며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오늘을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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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향교에 와서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처음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 더 있으면 미묘한 자연의 소리와 바람소리가 섞여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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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향교를 대표하는 나무는 은행나무가 아니라 느티나무로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고, 맛있는 열매를 맺지도 않는데 마을의 정자나무로 심는 것을 보면 그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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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봄·가을에 석전(釋奠)을 봉행(奉行)하며 초하루·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는데 3월에 춘계 석전대제를 했다. 청양향교는 설립 연대는 미상이며, 1851년(철종 2)·1874년(고종 11)·1904년에 중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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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지만 지름길은 없다.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뒤에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있을 뿐이다. 고택이나 향교 같은 곳에 오면 오랜 역사만큼이나 느리게 가는 것이 오히려 빨리 갈 수 있음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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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향교의 좌측으로 오면 옛날에 사용했던 우물이 지금도 보존이 되고 있고 홍매화가 피어 있는 뒤로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 있다. 봄은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철이다. 42%대 40%로, 아슬아슬하게 가을을 앞선다고 한다. 해 뜰 녘의 화려함이, 해 질 녘에는 달리 보이는 홍매화는 처연하면서도 독야청정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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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오늘을 즐기라는 그 한 때를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누구나 안다. 어렵게 갈 수 있는 길은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으로만 본다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의 수요는 넘쳐나지만 어렵게 갈 수 있는 길의 수요는 적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떤 길이 더 좋았을지 알 수가 있다. 배움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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