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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2. 2024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선비의 격이 있는 청산향교

땅을 쓸었을 뿐인데 금이 나온다는 말은 듣기만 해도 좋다. 그런데 그런 자신만의 땅이 있어야 한다. 지금 땅이라는 것은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자신만의 땅이 있다면 그걸 쓸게 되면 금이 나오게 된다. 땅 쓸기에 좋은 이맘때 생선국수와 어죽으로 유명한 옥천군의 청산면으로 향해보았다. 

청산향교의 홍살문을 보니 청산면 교평리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옥천 교평리 강줄다리기가 생각난다. 올해 옥천 교평리 강줄다리기는 올해 충청북도 무형문화재(30호)로 지정 고시가 되었다. 교평리 주민들은 정월대보름 오전부터 볏짚을 꼬아 용모양 강줄을 만들었는데 과거에는 청산향교 홍살문에 걸어 강줄을 제작했다.

교평리 강줄당기기는 충북도내에서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는 마을 단위 줄다리기로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 의식의 하나로 정월대보름에 행해진다.

청산향교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청산향교에서 일상을 보냈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을에서 만들어진 강줄은 청산향교 앞에서 마을 고사를 지낸 후 윗말과 아랫말로 나눠 세 차례 강줄당기기를 진행한 후 강줄을 매고 청산교에서 다리 고사를 지낸다. 보청천 변에서 강줄을 말아놓고 마지막 고사를 지낸 다음 강줄을 태우며 마을의 평안을 비는 것이다. 

말이 잘못 나가면 말이 잘못 들어오듯이, 재물도 잘못 들어오면 또한 잘못 나간다. 말을 잘하면 들어오는 말도 좋은 말이 돌아오고 재물도 조심해서 일으키면 의미 없이 나가지도 않는다. 

어릴 때 천자라는 한자가 수록이 되어 있는 천자문을 첫 글자부터 끝글자까지 외운 기억이 난다. 하늘천으로 시작하여 어조사야까지 소리를 내서 읽으면 천자가 끝이 난다. 천자문(千字文)은 4 언절구 한시(漢詩)이자 대표적인 한문 습자교본인 천자문은 주흥사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4자씩 250구절 시를 짓되, 1글자도 같은 글자를 쓰면 안 된다는 조건으로 쓴 천자문을 쓴 주홍사는 하룻밤새에 머리가 새었다고 해서 백수문이라고도 부른다. 몇몇 야사에서는 996자까지 만들고 마지막 4자에서 막혔는데 귀신이 나타나서 '언재호야 (焉哉乎也)'로 끝내라고 알려줘서 간신히 1000자를 끝 마쳤다고도 한다.

옥천군의 청산향교에서는 작년 문화유산 활용사업인 ‘청산향교의 길, 다(多) 가치 다 같이’를 진행하였다. 다재다능 체험교실, 21세기 청산향교, 중봉 우암과의 끊임없는 대화, 약관! 인생의 무게를 쓰다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교평리에 전해져 내려고 있는 강줄다리기는 청산향교와도 관련이 깊었을 듯하다. 교평리 강줄당기기는 매 과정 고사를 지내는 점에서 제의적 성격이 강하며 줄다리기와 다리밟기가 복합적으로 이어지며 대동놀이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남아있는 건물은 대성전과 명륜당이 남아 있으며, 대성전에는 5성, 송조 4현, 우리나라 18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옥천 청산향교는 1581년(선조 14)에 창건되었고 효종 때 현재의 위치로 이건 하였으며 1966년에 중수하였다. 

청산향교의 내부로 들어오니 작년에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의 흔적이 보인다. 천자문을 여러 번 읽어보면 그 천자 안에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습교재로 쓰인 글이 아니라서 배우기에 무척 까다롭기에 입문서에 적합한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도 사실이다. 

2024년의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음의 빗자루로 쓸 수 있는 땅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산이라는 지역의 이름에 걸맞은 청산향교와 마을 사람들이 마음이 같이 풍요롭게 익어가는 올해 가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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