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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9. 2024

과유불급 (過猶不及)

논산의 돈암서원에서 생각해 보는 일상의 가치, 그리고 세상의 이치

생활패턴이 바뀌다 보니 매일아침에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이미 내 안에 가지고 있었으나 알지 못했으며 알고 있었으나 실천하지 못했고 실천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과했음을 몰랐던 것들이 있다. 오늘의 생각은 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보통 해석을 미치지 못한 것이 지나친 것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우열을 말하지만 사실 중용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공자는 과유불급을 그렇게 해석하여 말하지 않았었다. 

지나친 것과 모자란 것은 시기와 때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바라볼 때 모두 달라진다. 어떤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어떤 것은 지나침으로 인해 자신에게 독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되어야 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과한 욕심으로 인해 망가져간다는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한 채 안으로부터 무너진다.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만족감이 찾아온다. 깨달음은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부터 치유이며 스스로 다함이 있는 자연의 역동성이 자연에 있다는 것을 안다. 자연은 넘치면 버리고 부족하면 채운다. 사람은 넘쳐도 끝까지 가지고 있으려 하고 부족하면 탐욕스럽게 변한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서원중에 가장 개방적이면서 규모도 가장 적당한 곳이 바로 논산의 돈암서원이라는 곳이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게 좋은 인생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을 원한다. 한 가지를 얻고 나면 또 다른 게 눈에 보이고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행복에 어떤 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생각하지 않은 채 그 행복의 길을 원한다.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까지 포함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돈암서원과 같은 곳에서 살면 무척이나 불편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멋진 풍광 속에 이런 고택이 하나쯤 있으면 좋다는 생각도 든다. 가까운 곳에 있는 돈암서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해 본다. 삶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서울의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유람일지: 유(儒)를 여행하다’를 만나볼 수 있는데 그곳의 ‘서원유람’은 충청도 유일의 유네스코 등재 서원인 돈암서원을 통해 배움과 실천을 지향하는 선비문화를 느낄 수 있다.

조선예학을 정립한 김장생(1548~1631) 등 서원 배향인물 4인의 호(號)를 통해 그들의 세계관과 돈암서원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돈암서원의 응도당은 보물이다. 돈암서원 응도당은 1633년인 인조 11년에 건립되었는데, 잦은 수해로 인해 1880년 서원을 현재 자리에 이전할 때는 옮겨지지 않았다가, 1971년 현재 자리로 이건 했다. 모든 건물은 주자가례에 의해서 앞에는 공공의 의식공간인 Public Space를 배치하고, 뒤에는 일상생활공간인 Private Space를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붕의 형태는 천자와 제후의 경우 우진각 지붕을 사용하고, 경·대부·사는 맞배지붕을 사용한 건축 형태여야 하는데 천자와 제후의 우진각 지붕 집을 전옥, 경·대부·사의 맞배지붕 집을 하옥이라고 부른다. 돈암서원 응도당은 맞배지붕이다. 벽 상단에 가로지르는 눈썹모양 지붕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영(榮)이라고 한다.

돈암서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논산 한옥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때는 많을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것의 양은 달라진다. 삶에서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의 상황이 분명 존재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 '과유불급'인 상황도 닥치게 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자기 자신이 본인의 역량을 알 방법이 없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능력보다 과신하는 성향이 높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보면 노력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남들보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결국 자신을 발전시키지도 못하고 더 나아지지도 못한 채 도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괜찮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유자적하게 논산의 돈암서원과 논산한옥마을을 돌아보고 지나쳐도 좋은 것과 넘치면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세상일이 항상 그렇다. 멀리 있으면 커도 작아 보이고 가까이에 있으면 작아도 크게 보이며 상대에게는 너무 많아 보이는 것이 나에게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된다. 많아도 좋은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유한하지만 살면서 자신의 삶을 적당하게 잘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소모한다. 자신이나 가치가 있다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여유롭게 만들기 위해 여유로워질 방법과 수단을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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