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균형 (음양의 조화)

하얀색으로 채색된 서산 송곡서원(瑞山 松谷書院)과 향나무 두 그루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역사를 알아가다 보면 균형과 불균형을 반복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영원한 것도 없고 항상 같은 것 같지만 같은 모습을 가진 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그때 맞았던 것은 어느새 틀린 것이 되었고 지금은 틀렸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맞을 때가 있다. 인간에게 삶을 살아갈 능력은 있어도 자기 수명을 정할 능력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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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송곡서원에 가면 다른 서원에는 없는 인상적인 풍경이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원들을 비롯하여 전국에 수많은 서원에는 은행나무과에 속하는 공손수(公孫樹)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들이 심겨 있지만 송곡서원을 상징하는 나무는 두 그루의 향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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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단종과 수양대군의 사이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보통은 어린 단종에게 더 후한점수를 주기에 당시에 목숨을 바쳤거나 벼슬길에서 떠난 사람들인 생육신(김시습·원호·이맹전·조려·성담수·남효온)이나 사육신(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을 기리고 있다.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박팽년 - 까마귀 눈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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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바뀌는 것에 따라 송곡서원은 다른 모습을 부여 준다. 민간 전설에 따르면 1455년(단종 3) 단종의 손위(遜位) 이후 무동처사(楙洞處士) 류윤(柳潤)이 벼슬에 뜻을 버리고 낙향하여 정원수로 삼았다고 전해지고 있는 향나무 두 그루는 이곳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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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그림을 그려보면 매번 달라지는 것들이 바로 나무다. 수묵화나 수채화등에서 그려지는 나무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색채를 더한 것도 있고 더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곳의 향나무들은 연필 한 자루를 가지고 그리는 데생에 어울리는 나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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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목재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향료로서 제향 때 분향(焚香) 용도로 널리 쓰여 왔는데 송곡서원에 자리한 한 그루는 나무의 높이가 11.1m, 가슴높이 둘레는 5.6m이며 다른 한 그루는 나무의 높이가 8.1m, 가슴높이 둘레 5m이다. 향나무는 무척이나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그 형태가 짧은 시간에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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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내다보면 곡식을 심고 10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면 사람을 심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나 선택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 나무를 심는 것은 외면과 내면의 기품과 좋은 점들을 후손들이 본받고 닮기를 바랐던 누군가에 대한 은근한 희망과 사랑이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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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되었던 송곡서원이 더사 1910년에 세워졌고 1984년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원만큼 활발하게 활용이 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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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날 야외를 다니는 것이 조금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다. 한 그루는 거대해질 수는 있지만 균형을 이룬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하기에 옛사람들은 제례공간에서 그런 원리를 잘 적용했다. 태극 음양사상이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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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송곡서원은 서산에서 배출된 향현들을 제향 하는 향현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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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송곡서원은 조선 영조 29년(1753)에 창건한 서산 최초 서원으로, 정신보·정인경·류방택·윤황 등 9명의 신주를 모신 곳에 자리한 두 그루의 향나무가 결코 빼앗길 수 없는 나만의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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