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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31. 2021

세발낙지와 낙지호롱

낙지는 이런 야들야들함이 좋다.

낙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큼지막한 것은 박속낙지탕 같은 음식의 재료 외에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좋아하는 낙지는 바로 세발낙지로 국내의 뻘에서 잡히는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그런 낙지 중 한자로 ‘가느다랄 세(細)’를 쓰는 세발낙지는 가느다란 발을 가진 작은 낙지다. 보통 횟집 등에서 먹는 낙지호롱구이는 죽은 낙지를 구워서 내놓기는 하는데 제대로 된 낙지호롱을 먹기란 쉽기가 않다. 

창원에 들렸다가 숙소의 근처에서 낙지를 파는 전문점을 찾았다. 목포에서 오랜 시간 낙지를 잡아왔다는 사장님의 세발낙지 자랑이 대단했을 정도로 자부심이 많았다. 가래낙지(일반 삽보다 작고 끝이 뾰족한 삽으로 잡는 법), 팔낙지(도구 없이 맨손으로 잡는 법), 횃불낙지 등 다양한 맨손으로 잡는 낙지는 TV를 통해 많이 나온 바 있다. 

세발낙지는 대충 이런 모습이다. 늘어나기에 상당한 기술이 있을 정도로 쭉쭉 늘어나는 것이 제대로 된 탄력을 보여주었다. 1인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별로 없어서 40,000원에 낙지 탕탕이와 낙지호롱 이를 맞추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요즘 낙지 값이 금값이라며 양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낙지는 봄과 가을이 제철로 특히 세발낙지는 게르마늄이 함유된 무안의 갯벌에서 잡혀 맛이 월등히 뛰어난 스테미너 음식이라고 한다. 양이 적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양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역시 세발낙지가 탕탕이로도 맛이 좋다. 

살아있는 낙지로 구어온 낙지호롱구이는 이날의 백미였다. 매번 횟집에서 먹은 낙지호롱구이는 딱딱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이날 먹는 이 낙지호롱구이는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한 것이 제대로 된 맛을 보여주었다. 연안의 조간대에서 심해까지 분포하지만 주로 얕은 바다의 돌틈이나 진흙 속에 굴을 파고 사는 낙지는  석거(石鋸)라고 하며, 장어(章魚)·낙제(烙蹄)라고도 부르는데 세발낙지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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