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오래된 라디오(Radio of old memories)

기다림의 시간

잠시 시간의 공백이 생겼다. 조용하기만 한가운데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계속 주파수를 옮겨보았지만 잡음만 들리면서 사람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왔는지 어떤 것을 위해 살아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 먹고사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은 대학교 들어가서 알 수 있었다. 옛사람들은 일찍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였다고 하는데 주변을 돌아봐도 책을 정기적으로 읽는 사람은 많지가 않았다.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는 작은 데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런 시작이 유치해 보여서 하지 않았던 것도 많다. 솔직히 살면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숫자는 어림잡을 정도로 많지는 않다. 봄에 볼 수 있는 아지랑이를 라틴어로 네뷸라라고 하는데 그 뜻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보잘것 없이 시작하였지만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이겠지만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독서를 위해 어떤 지자체에서는 독서마라톤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한다. 책 1페이지를 2m로 환산해 자신이 도전한 코스를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규칙적이고 건강한 독서습관을 기르는 독서운동 방식으로 마라톤을 하듯이 해보는 것이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기다림에 깊은 울림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소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머리가 생각하는 속도는 너무 빠르고 실제 현실 속의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간다. 기다림의 시간을 주고받으며 위안과 용기를 얻고 점차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일까.


대체 라디오 건너편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소통이라는 것은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언제 들려올지 모르는 목소리를 기다리며 기다림을 하는 것 속에 새로운 시각을 가져볼 수가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반갑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을 건넸다. 20대로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전달력이 있었다.


"대학생이라고 했죠? 전공은 뭐예요?"

"국문과예요."

"와~ 저도 어렸을 때 글을 쓰고 싶었는데 부럽네요."

"글이란 참 매력적이긴 한데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요."

"그렇겠어요. 학과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이 이끌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어요. 그럼 책도 많이 읽겠어요."

"평균보다는 많이 읽는 편이지만 생각만큼은 많이 읽지는 못하는 편이에요."

"그럼 책을 한 권 권해준다면 어떤 책을 추천해주시겠어요?"

"제가 읽었을 때 좋았던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였어요. 다른 문학책도 좋기는 하지만 조금 더 명쾌한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작가가 지향하던 궁극적인 가치인 '메토이소노', 즉 "거룩하게 되기"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리스인 조르마도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궁극적인 가치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잠깐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가 추구하는 삶은 보통의 사람이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게 보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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