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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9. 2021

온기(溫氣)의 길

자암 김구의 화전별곡

김구가 인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곳은 예산이지만 그는 남해에서 오랜 유배생활을 보냈던 사람이다. 그렇게 명필이라고 알려졌지만 그는 온기가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은  토속적 남해 유배지 역사문화 사적을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이해하고 그 시대적 사상과 이념의 가치관을 얼마나 수용 계승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었다. 

조선 중기 선비인 자암 김구는 ‘화전별곡’에서 남해를 ‘일점선도’(一點仙島), 즉 ‘신선의 섬’이라고 노래했었다. 봄 햇살에 은빛으로 부서지는 바다와 초록 물결 넘실거리는 양지바른 언덕에서 그는 어떤 광경을 보았을까. 

예산의 자암 김구선생묘소에는 화전별곡이 돌에 새겨져 있다. 1장만 살펴보기로 한다. 

"가없는 저 하늘 끝없는 지평선 한점의 신선의 섬이어라

왼쪽은 망운산 오른쪽은 금산 봉내와 고내 흐르네

산천은 수려하고 호걸남아가 많이 나서 인물 번성하네

아, 하늘남쪽 아름다운 곳 그 경치가 어떠한가

풍류주색 즐기는 한때의 인물들이, 풍류주색 즐기는 한때의 인물들이

아, 나까지 몇 분이나 되었던가"

그의 글이 비에 새겨져 있는데 글의 유려함이 돋보인다. 자암 김구 선생의 화전별곡의 1장은 화전의 경치, 2장은 교우(交友), 3장은 연락(宴樂), 4장은 연락 중의 음악, 5장은 술과 안주의 풍부함, 6장은 자신의 생애를 읊고 있다. 

그의 묘소를 찾아서 걸어서 들어가 본다. 자암 김구 선생은 자학 연구에 전념하여 학문이 조광조·김식과 견주었으며, 음률에도 뛰어나 악정에 임명된 적도 있었다. 

예산은 전형적인 내륙지역이지만 그가 걸어갔던 길이 있기 때문에 바다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어떤 삶이 좋은지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은데 그의 생애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해의 노도라는 섬 이름은 옛날 이곳에서 배의 노를 많이 생산했다고 하여 노도(櫓島)라 불리게 된 곳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유배를 간 김구 선생은 남해의 노도에 머물렀다.  

충남 논산의 강경에도 죽림서원이 있다. 자암 김구가 13년간 남해 적소 생활을 마치고 이배 된 임피에도 이미 봉암서원이 1694년 창건되어 배향하고 있는데 도학을 강론한 남해에 이제 죽림서원을 창건하여 자암 김구를 배향하였다. 김구(1488 - 1534)는 조선 중종 때의 문신이며 서예가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능통하여 16세 때인 연산군 9년(1503)에 한성시에 일등으로 뽑혔고 중종 2년(1507)에 생원, 진사시에 장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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