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pr 14. 2021

사색 (思索)

스스로 배움을 찾아가는 모덕사

사람은 혼에 어떤 왜곡도 없는 직의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의 관점에 따라 칭칭 얽매여서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럼에도 온전하게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과거의 여러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킨 사람들이 있다. 변화무쌍하고 분주한 계절 봄에 여행을 하면 늘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 아닌 낯선 자연과 풍물이 전해주는 새로운 색감에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들어가는 못하지만 청양과 공주 사이에 자리한 모덕사는 옛 사람인 최익현의 공간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쾌락을 목적으로 하는 향락적 생활, 명예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생활, 부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적 생활로부터 '관조적 생활'을 이상적이라고 보았는데 요즘에 많이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모덕사가 열려 있는 시간은 많지가 않았다. 관조(觀照)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을 논리적 사변에 의하지 않고 직접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기도 하다. 꽃들이 난분분할 때에도 침묵하던 은행나무 가로수들도 손톱만 한 새 잎이 돋아나는가 싶더니 아침 햇살을 받은 연두색의 색감이 눈에 뜨인다. 

한국에서 사색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사색을 생각해보고, 사색의 기법을 배우는 것이 어렵다. 

초록이 짙어져 마침내 색에 색을 더한 유화를 닮아가는 숲의 변화를 바라보면 숲이 지닌 자연의 색채는 사랑 혹은 편안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 

모덕사로 들어가는 정문은 닫혀 있지만 주변의 산책로를 걷는 것은 해볼 수 있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고,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을 때 꽃을 피우는 정교한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1995년 독일과 일본의 연구자가 FT(Flowering Locus T) 유전자를 발견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는데 이것이 개화와 연관이 되어 있다. 

연못의 건너편에 자리한 모덕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호랑이 머리에 제비 턱(虎頭燕頷)을 지녔으니 한없이 귀하게 될 상을 가졌다는 최익현은  갑오경장(甲午更張)의 일환으로 1895년 11월 단발령이 공포되고 이에 대한 반발이 전국적으로 거세게 일어났을 때, 그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다. 사람들이 점점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잃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사람이다. 

물가에 빠질 듯이 봄꽃이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의 삶은 가벼워지고 깊이를 잃어가고 있는 이 시간에 모덕사에 모셔진 면암 최익현이 원했던 세상은 무엇이었는지 사색해보게 된다.  한 줄의 사색을 통해 사고하고, 분별하며, 자기만의 길을 찾는 것은 의미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류천석 山溜穿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