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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3. 2021

도화 (桃花)

음성에운곡서원에핀 복숭아꽃

꽃을 피우지 않고 열매를 맺지 않으니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자연 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최근에 투자 열풍을 보면 기다림 대신에 성공의 열매를 먼저 맛보려는 것을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잎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를 얻는 것이 순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성에서 가장 유명한 과일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과일이 있지만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인기가 많은 것은 복숭아가 아닐까. 감곡을 비롯하여 음성의 전역에서 생산되는 햇사레 복숭아의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에 정구를 모신 운곡서원을 찾은 것은 꽃을 보기 위해서다. 운곡서원에는 복숭아꽃을 비롯하여 모든 꽃이 분홍색의 열풍이다. 분홍색은 무언가 수줍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빨간색은 너무나 정열적이고 노란색은 살짝 부족해 보이는 평범함이 묻어 있다. 분홍색은 양쪽의 장점을 다 가진 색이라고 할까. 

복숭아꽃을 생각하면 신화가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어릴 때 읽었던 서유기 때문일까. 천상에 가면 정말 오래 살 수 있는 복숭아가 있을 것만 같다. 세상의 모든 창조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몫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복숭아꽃이 피어 있어서 운곡서원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통천군수(通川郡守)로 재직하면서 의병을 일으켜 활약하기도 했던 정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 복숭아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학문은 성리학과 예학뿐만 아니라 수와 양의 성질과 셈을 다루는 수학적 계산 방법 따위를 가르치던 학과목의 산수(算數)가 있었는데 자연의 법칙은 모두 수와 연관이 되어 있다. 

인간은 저마다 태어날 때 별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며, 죽어서는 자기의 별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배우고 익힌다는 학습은 바로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운곡서원의 주변을 거닐면서 꽃구경이나 해본다. 

라틴어로 오늘을 붙잡게 (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카르페는 카르포(carpo)라는 덩굴이나 과실을 따다 혹은 추수하다는 동사의 명령형이다. 과실을 수확하는 과정은 고되고 힘들지만 한 해 동안 땀을 흘린 과정에 대가이기도 하다. 내일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오늘에 의미를 둘고 살라는 의미는 바꾸어 말하면 오늘을 충실히 해라라는 의미가 있다. 

운곡서원과 같은 공간에서 학습을 한 결과를 얻는 것도 복숭아와 같은 과실을 따는 것도 모두 오늘을 충실히 했기에 나오는 결과물이다. 음성에서 대표서원이면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운곡서원이다. 

운곡서원에서 조용하게 꽃을 감사하고 있으니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주여에서 바람을 뜻하는 것은 닭으로 풍향계에 닭을 상징물로 올려놓는 풍속이 있게 되었다.


복숭아꽃도 피었고 운곡서원에서 계절의 변화도 느껴보았으니 그 것만으로 족했던 하루다. 경주에도 같은 이름의 유명한 운곡서원이 있는데 가까운 음성에 있는 운곡서원이 훨씬 친근하다. 정구는 정치적인 입지와 다르게 균형적인 삶을 살았으며 앞서 말한 것처럼 시기의 변화를 건(乾)·곤(坤) 두 괘(卦)만 배우고 나머지 괘는 유추해 스스로 깨달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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