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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5. 2021

봄맞이 산책

무엇이든 바뀌고 변할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상대방에게 기대한 것이 있기에 실망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 존재가 생명이 없었다면 화를 내지 않았을 일에도 화를 낸다. 상대하는 사람도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감정도 변하게 된다. 도심 속이든 국립공원이든지 간에 자연 속의 산책은 기분을 침착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조차 무엇이든 바뀌고 변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가 있다. 

음성에는 유통과 관련된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에 오류 근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안쪽에 들어가 있어서 이곳에 거주하는 분들의 산책공간이지만 외부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삶이 조금 더 괜찮아지기 위해서는 공간이 더 좋은 곳에서 공간을 더 즐기는 방법이 있다. 

이 공원이 만들어진 것도 오래되었다. 오류 근린공원이 자리한 음성군의 대소면은 음성군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으로  한독의약박물관에 동의보감(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45호)과 언해두창집요(충청북도 유형문화재 346호)이 보존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동의보감의 가치는 단순히 약조를 집대성한 것을 넘어서 자신의 몸을 잘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다. 

대소면 적지 않은 것은 들어선 개별 입주 기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군 전체 등록 기업체 1천800여 곳 가운데 400여 곳이 대소면에 몰려 있다고 한다. 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을 거닐면서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시간이 많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자연스럽고 공기가 따뜻해지는 것도 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마 다음에 이곳을 찾아올 때도 근린공원과 이 숲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흔들고 자신이 흔들더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고마울 때가 있다. 

오류근린공원의 정상에 오면 기미독립만세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해방 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제헌헌법 초안에서는 전문에 '3.1 혁명'으로 명시했었다. 유럽사에서 산업혁명과 부르주아 혁명을 2중 혁명으로 파악했는데 3.1 운동은 앞서 열거한 2중 혁명을 넘어 다중 혁명으로의 가치를 구현했다고 한다. 

3.1 운동은 우리나라가 식민지로 전락했던 시기에서 자주독립과 더불어 근대적 시민혁명의 과정을 동시에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소면행정복지센터에 가도 대소면 삼일만세운동 기념에 관련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주에 대소면에서는 음성군에서 조만생과 중만생종 벼의 첫 모내기를 진행했다고 한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는 모판을 나르고 이양기를 사용해 직접 모를 심어야 한다.  ‘모’는 본래 한자어 ‘묘(苗)’에서 나왔는데 홑으로 ‘모’라는 말을 쓸 때는 ‘벼’의 모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며  이는 여러 모종 중에서도 벼 모종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길지는 않은 산책시간이었지만 산책 속에서 다양한 생각이 잉태가 되듯이 봄을 생각하면서 걸었고 기미 독림 만세 기념비를 보면서 시민이 주도한 최초의 혁명을 되돌아봤으며 산책 속에 바뀌지 않은 이곳의 풍광을 눈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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