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밭

다시 찾아온 시간 속에 청색 풍광

청(靑)이라고 하면 푸르다 혹은 에너지가 넘침을 의미한다. 그 시기를 겪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청춘 혹은 청년이라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가 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젊음이란 무엇인가란 고민을 하며 다른 것에 의지하며 아직 나이가 덜 먹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먹고살기에 바쁜 시대는 이제 지나가버렸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기는 이미 저 건너편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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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 무릎까지 키 자란 청보리는 이달 말이면 허리까지 자라 5월 초까지 절정의 초록빛 장관을 선사해준다. 5월 말엔 누렇게 익은 보리를 수확하게 되니 청보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셈이다. 도시 속에서도 자연의 생태가 잘 살아 있는 공간들이 있다. 대전 대덕구의 장동이 그런 곳이기도 하다. 반딧불이는 무주에서 많이 서식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곳에도 반딧불이 서식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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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재를 잡으면서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즐길 것이 너무나 많은 요즘 자연보다 자극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붉은 돌(丹) 틈에서 피어나는 새싹(生)은 더욱 푸르러 보인다는 뜻을 가진 푸를 청이 어울리는 시기는 5월 중반까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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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의 이 길에는 생태가 잘 살아 있고 보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곤충과 생명체들의 조형물들이 만들어져 있다. 식이섬유소가 쌀에 비해 약 다섯 배나 높아 지금은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 식재료로 인기가 높은 청보리는 서민들에게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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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든 식물에 새싹이 자라고 꽃이 피는가 싶더니 열매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 봄에는 걷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걷기에 딱 좋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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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을 걷다가 보는 자연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토박이로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끔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 19에 요즘은 그렇게 접근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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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입구에 피어 있는 흰 철쭉을 본다. 꽃 한 송이가 갖는 개성과 매력보다 수많은 꽃들이 한데 어울려 뿜어내는 매력이 철쭉에 있다. 곡선의 미와 어울려 마을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흰 철쭉은 장관은 아니지만 봄의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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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는 곡실을 포함하는 사료맥류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대부분 벼와 보리의 2모작 작부체계로 재배되기도 한다. 청보리가 딱 어울리는 시기가 요즘이다. 5월 중순만 넘어가도 이런 풍광을 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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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가 가득 찬 너른 들판과 나지막한 산자락으로 하늘이 유난히 파랗게 보인다. 보리밭 어딘가에는 다양한 생물도 살고 있을 텐데 그냥 겉에서 보면 이렇게 보일 뿐이다. 산업구조가 바뀌어가고 있지만 청 보리 익어가는 계절에는 논에 물을 대기 시작할 때 막걸리가 솔깃하게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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