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16. 2021

삶의 온도

연산향교, 마음의 동요가 없는 일상이란

사람의 시간을 기준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일도 있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의도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픔을 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런 날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다가 날이 개어 화창한 그런 날에서 벚꽃이 내리는 봄의 풍경에서 여름에 활짝 핀 꽃에서 삶의 고단함을 잊을 때가 있다. 그런 것이 삶의 온도가 아닐까. 날이 좋은 날 연산면에 자리한 연산향교를 찾았다. 작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연산향교를 안내하는 안내판 옆에 코로나 19 예방수칙 안내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홍살문을 지나 천천히 걸어가 본다. 길가에는 꽃들이 피어 있는데 맡아보니 꽃들마다 냄새가 다르다.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만 그러겠는가 사람 역시 자기 나름의 향기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 색깔이 너무나 강해서 스스로가 감당이 안 되는 때가 있다. 자신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퍼져 나가고 자신의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곳에 자리해야 스스로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노력함에 있다. 

걸어서 올라오니 올해의 연산향교가 보인다. 아직 배롱나무의 꽃이 필 때는 아니다. 연산향교의 정문은 보통 닫혀 있지만 우측으로 돌아가 보면 상시 열려 있는 협문이 있으니 그곳을 통해서 둘러볼 수 있다. 

연산향교는 김집이 아버지인 김장생을 모시고 낙향한 다음 후학을 길러내던 공간이다. 연산향교에서 후학을 길러내며 평생을 성찰하며 살았던 김집은  1656년(효종 7년) 윤 5월 13일에 지병인 한열증(寒熱症)으로 졸하였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담이 둘러있다. 논어에서 보면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똑똑했던 자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너무나 출중해서 어떤 이가 스승인 공자를 뛰어넘었다는 칭찬을 했다고 한다. 이에 자로는 헛웃음을 내뱉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의 담은 사람 눈높이 정도로 둘러져 있다면 스승의 담은 가늠할 수 없는 높이의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오직 문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데 그 문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한다며 말이다. 

사람이 없는 연산향교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더욱더 다가오는 때다.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게 되지 끝이 없다. 

명륜당과 숙소였던 동재와 서재의 사이로 걸어서 내려간다. 소음도 없고 가끔씩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옛사람들은 붓과 먹과 종이, 벼루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갔다. 기운을 얻고 뜻이 맞으면 세상 모든 것이 생동하고 유동하게 된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경지는 멀었나 보다. 

맹자는 대인을 유덕자로 큰 덕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표현하였으며 자신을 바로잡음에 남도 바르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였다. 이곳에서 김집에게 배움을 받았던 사람들 중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대성전 역시 열려 있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제사를 지낼 때뿐이다. 팔괘를 그린 하도의 '도'와 낙서의 '서'를 합쳐서 도서관이라고 불렀는데 누구에게나 마음속의 도서관은 있다. 얼마나 채워져 있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할아버지 황강 김계휘는 김집을 기특하게 여겨 항상 우리 집을 이을 사람은 반드시 이 아이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글을 쓰기는 하지만 글을 쓰고 난 후에 스스로의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운동이나 휴식 혹은 명상 등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되지 않아 이렇게 여러 곳을 찾아다녀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덕산향교(德山鄕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