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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1. 2021

소만(小滿)

만물이 자라가득 차기위한길

한반도에서 5월의 끝자락으로 가면 곡식이 서로 교대를 하게 되는 절기인 소만이 온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자라는 이 절기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고 만물이 점차 자라서 가득 차게 된다. 우리는 모내기를 하고 심고 보살펴주고 무언가의 결실을 얻는 것에 대해 만족하는 사회를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소만에는 보리가 익어서 수확을 시작하지만 또 다른 시작인 벼의 모내기가 한창이다. 물이 논에 가득 차 있고 모판에는 모가 가득하다. 

소만이라는 절기에 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김제평야를 찾았다. 물이 가득 차고 심어진 모와 황금색으로 익어간 보리로 인해 이른 풍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내기를 끝낸 논도 있고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논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소만 때는 모든 들과 뫼가 푸르른데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데 새롭게 태어나는 죽순에 영양분을 모두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사꾼도 아닌데 불구하고 논과 밭을 보면 요즘에 남다른 느낌을 받는다. 대도시에서 살고 밤의 문화에 익숙해지면 정말 중요한 가치에 대해 잊고 살기도 한다. 날이 맑아지기도 하고 흐려지기도 한다. 사람의 인생처럼 그렇게 오락가락하기도 하는 때이다. 

소만이 농사가 아니라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때에 접어들었다. 지난 48년 동안의 평균 최고기온을 보니 여름철 절기 가운데 소만이 지나고 기온이 가장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다. 백련으로 유명한 청운사도 있고 크지는 않은 사찰이지만 조앙사와 성모암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화포로와 만경로가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 보이는 황금색들은 모두 보리다. 보리를 자세히 살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가까이서 보면 그 알알이 영글진 것이 자연의 법칙이 신기할 때가 있다.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에서도 소만을 언급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기는 하지만 몸이 날아갈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냥 주변을 돌아보며 모내기 풍경과 보리가 익어가는 것을 바라본다. 가을에 거둔 곡식이 떨어지고 보리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인 이 무렵을 전에는 '보릿고개'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벼가 익은 것은 많이 보았지만 파릇파릇한 모를 보고 있으니 역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소만 무렵 날씨는 변화가 심해 한여름 기온을 보이다가도 삽시간에 비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기도 하는데 딱 이맘때와 맞아 보인다. 

보리를 보니 보리밥이 먹고 싶어 졌다. 보리밥은 열무김치나 고추장에 비벼 먹거나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함께 먹으면 별미로 좋은데 각기병을 예방하고 변비를 방지하며 소화를 순조롭게 해 준다. 

그렇게 생각만큼 까슬까슬하지 않은 보리는 하나쯤 뽑아다가 집에 관상용으로 놓아둘까 하다가 관둔다. 

마침 비도 내려서 물이 풍부해서 그런지 몰라도 황금색의 보리밭과 한참 모내기 중인 논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벼는 물을 좋아하나 기장은 마른땅을 기뻐한다. 무릇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얻으면 싹이 트고 자라면서 풍성해져서 좋다. 이것은 경험 많은 농부가 자신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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