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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2. 2021

순창고추장

순창의 고추장이 익는 마을

메주로 만들기 시작해서 장이 만들어지는데 간장, 된장이 만들어지고 가장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고추장이다. 간장을 잘 담가두면 모든 장이 맛이 좋아진다. 그래서 물맛이 좋아야 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순창은 물맛이 좋은 곳인데 이곳에서 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순창고추장이라는 이름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이제 사 먹는 고추장을 생각할 때 순창고추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회문산 아래 맑은 물과 순창의 깨끗한 자연 속 익어가는 항아리에는 고추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선조들의 지혜가 가득 들어있는 곳에 순창고추장이 익는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발효식품에 대한 신비와 고추장의 매력뿐만이 아니라 고추장마을인 만큼 이곳에서 먹는 모든 식사는 전통 순창고추장과 순창 특산물로 맛을 낸다. 

물 맑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코로나 19만 아니라면 숙박을 해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넓은 규모의 숙박시설과 함께 식당과 강당, 세미나실 등과 고추장 체험 외에도 공예, 농사, 문화, 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경험해볼 수 있다. 

이곳에 물이 채워져 있더라면 여유가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도 괜찮아 보인다. 

순창  이 지방의 물은 철분이 많고, 고추와 메주콩은 당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음력 7월 처서를 전후해서 묵은 콩으로 메주를 쑤고, 음력 동짓달 중순에서 섣달 중순 사이에 햇고추로 마련한 고춧가루로 고추장을 담그는 것이 순창만의 제조법이다. 

각종 항아리가 해학적으로 쌓여 있다. 고추장이나 간장, 된장이 맛이 좋기 위해서는 옹기를 좋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면 아주 오랫동안 보관을 할 수 있다. 냉장고에 사서 먹는 고추장이나 된장 등을 넣어두면 변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대중적인 맛을 위해 조미료 등을 집어넣기 때문이다. 

순창 고추장은 이성계에 의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온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이성계에게 내어준 밥상에서 꿀맛 같은 고추장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상추와 꽁보리밥 사이에 고추장을 넣어 싸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었는지, 왕이 된 이후에도 오로지 순창 고추장만 찾게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져 온다.

무언가 이곳에서 고추장을 만들면 맛이 다를 것만 같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삶은 콩을 도구 통에 넣고 콩콩 찧어, 도넛 모양의 고추장 메주와 직육면체의 된장 메주는 어릴 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곱게 빻아놓은 고춧가루를 소금, 조청과 함께 넣고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휘젓는 일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라서 남자들이 하는 것이 적합하다. 

새로운 음식도 나오고 다양한 음식이 배달이 되지만 음식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가치가 있다. 대신 시중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들이 맛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세상의 모든 문화나 생활양식이 전통의 구심력과 변화의 원심력 사이에서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어야 하듯이 음식도 그렇게 기본을 지키면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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