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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9. 2021

벽함정

산수의 푸르름 속에 숨어 도덕을함향한다.

아주 작은 구멍에 강둑이 무너진다고 한다. 헛됨은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편하게 생각을 덜하고 산다고 못 본 척 외면하는 사이에 온갖 거짓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감당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탁 트인 하늘처럼 시원스러운 마음을 닦고 싶다면 헛됨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면서 큰 것을 바라다보면 결국 문제가 생긴다. 청양에는 탁 트인 공간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벽함정이라고 부르고 있다. 조선 중기에 이희량이 청양 벽천리에 은거하면서 지은 정자라고 한다. 

오래간만에 청양의 중심 공간에 자리한 백세건강공원을 찾아와 보았다. 이곳에는 다양한 운동시설이 자리하고 있는데 청양의 대표축제도 바로 이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제 백세시대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백세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능력이기도 하다. 기존 방식으로 삶을 유지하면 퇴직하고도 무려 40년 이상을 힘들게 보낼 수도 있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건강만큼이나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한 투자도 일찍 생각해야 한다. 

탁 트인 풍광 속에서 이희량은 만년에 이곳에서 머물면서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그의 손자인 이진주와 이진식도 은거하였다고 하는데 특히 이진식은 서인과 남인의 당쟁이 극한으로 치닫던 숙종 시대에 인현왕후 민 씨는 기사환국으로 서인이 실각하면서 함께 폐출되는 것에 반대를 하였다. 그녀는 험난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후덕한 성품으로 유교사회의 모럴이었던 ‘여필종부(女必從夫)’의 모범을 보였다 하여 당대는 물론이고 사후까지 백성들의 추앙을 받았다.

청양에 머물던 이진주를 숙종이 다시 등용하고자 하였으나 끝내 나가지 않고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벽함정은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여지도를 바탕으로 정면 3칸과 측면 2칸을 재현하고 현판은 숙종의 글씨체로 제작하여 2018년에 준공하였다고 한다. 벽함정은 산수의 푸르름 속에 숨어 도덕을 함양한다는 뜻이다. 

뉘우침은 잘못에서 비롯되나 덕성을 기르는 자양분이 된다고 한다. 돌아보기 싫다고 허물을 덮으면 덕성을 함양할 수 없다고 한다. 뉘우침이 없는 것이 잘못이다. 사람은 뉘우침을 통해서 성장하는 존재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라고 한다. 만년에는 청양에 은거하여 지냈던 이희량은 1633년 관서지방의 직관(直官)으로 부임하여 그곳의 피폐한 실정과 기근·한해로 죽어가는 국민들의 고통을 절감하는 근본적인 구휼 정책에 대하여 첩(牒)을 올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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