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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30. 2021

돈의 관점

자린고비조륵 선생유래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돈이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돈에 대해 인색한 사람을 자린고비라고 부르는데 ‘자린’은 ‘기름에 절인 종이’에서 ‘절인’의 소리만 취한 한자어이고 ‘고비(考妣)’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부모님의 지방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돈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렇지만 돈은 무척 중요한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도 많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음성에 가면 지금은 그 생가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집이 들어섰지만 생가 유허비와 함께 유래비가 자리하고 있다.  "자린고비"를 한문으로 쓰면 "玼吝考妣" 라 하는데 자(王+此:옥티 자). 린(吝:아낄 린). 고(考:죽은 아버지 고). 비(女+比:죽은 어머니 비)는 위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한문을 표기하고 있다. 

 ‘자린고비’하면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쓸 줄 모르는 천하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사람의 대명사로 여기고 있는데 실제로 충북에 살았던 만석지기 조륵의 이야기는 자린고비 이면서도 만백성을 궁휼한 너무도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는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 삼봉리에 살았다고 하는데 조선 개국공신이신 충정공 조인옥 선조님의 11대손으로  한양 조 씨 16세 조인 "자인고공 휘륵" 즉 조륵(1649~1714) 선생이었다. 

유래비를 보고 생가가 있었던 곳을 찾아가 보았다. 조륵은 일 년에 딱 한번 굴비 한 마리를 사는데 다름 아닌 부친 제사상에 올려놓을 굴비였다고 한다. 굴비를 제사상에 쓰고 난 후에는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 숟가락 뜨고 굴비 한 번 쳐다보고 또 밥 한 숟가락 뜨고 굴비 한번 처다 보았다고 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조륵이 머물렀을 생가가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된 고목들이 주변에 있는 것은 볼 수 있었다. 돈의 관점은 조륵의 인생을 보면 조금 남다르다. 조륵이 일생 모은 재산을 뜻있는 일에 보람 있게 다 써버리고 6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만석꾼의 자식이었건만 유산다운 유산 하나 받지 못한 자식들에게 그가 남긴 말은 “네 복은 네가 얻어 살려무나.”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곳이 조륵 선생의 생가가 있었던 곳이다. 집주인이 나와서 왜 찾아왔냐고 묻기에 조륵 선생의 생가를 찾아왔다고 하니 이곳이 맞지만 그 집은 없어졌다는 말만 해주었다. 자린고비라는 말에는 아름답고 심오한 희생정신이 숨어 있는데도 우리들은 자린고비 하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 좋은 일에 쓰는 것 이것이 진짜 자린고비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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