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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2. 2021

수구화(繡毬花)

유구천변의수국 정원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 중에 수(繡)를 놓는 방법이 있다. 백제에서는 채녀(彩女)가 도일(渡日)하여 일본에 자수 기법을 전하기도 했는데 금사, 은사로 수놓을 때 금사, 은사를 포면(布面)에 고정시키는 징금수는 중국에서는 정선수(釘綫繡)라고 한다. 중국의 투침수는 우리 나라에서 가름수라고 하여 꽃잎 등을 수놓을 때 이용하는데 자연 속의 수를 둥글게 놓은 것처럼 생긴 꽃이 수국이다. 

작년 초에 좋은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곳 유구천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수국이 심어져 있는 정원을 꾸며놓았다.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곳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는 유구읍에는 섬유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수를 놓듯이 자수를 놓는다는 수국 정원과 유구읍의 이야기와도 잘 어울린다. 

수국 정원으로 가기 위해 내려와 보았다. 유구색동수국정원은 지난해 4만 2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전국적 수국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수국 정원이 조성된 곳이다.  수국의 꽃은 처음 필 때는 연한 보라색이던 것이 푸른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연분홍빛으로, 피는 시기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다.  수국은 처음엔 파랗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얗게 되며, 모란과 거의 같은 때 핀다고 물명고에 나오기도 했다. 

수국을 자세히 보면 꽃마다 4~5개씩 붙어 있는 꽃잎은 꽃받침이 변한 것이다.  줄기 끝마다 작은 꽃들이 서로 옹기종기 모여 초록 잎을 배경으로 연한 보랏빛을 띤 동그란 꽃 공이 만들어진다. 공처럼 생긴 꽃으로 수국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유구천변에 수국이 피어있는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 있다. 이제 6월이 되었으니 수국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이번 주말에 적지 않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름부터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자가격리 없이 해외여행을 시작하겠다고 하는데 올 하반기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유구천을 따라서 식재되어 있는 유구 마을의 수국은 지역민 자신들도 수국이 식재되어 있는 거리를 걸으며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삼고 있다. 수국은 이처럼 마을 사람들이 세대를 거치면서 가꾸고 관리를 하면서 당세대를 위한 지역 가꾸기와 소득 증대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한다. 

수국의 학명 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수국은 물을 엄청 좋아하는 식물로 물이 부족하면 꽃이 금방 지거나 말라 버릴 수 있으니 물 주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식물이다. 수국은 '변덕'과 '진심'이라는 양면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종이 한 장차이라는 말이 있듯이 진심을 보고 싶은 사람과 변덕스럽다고 보고 싶은 사람의 차이처럼 여러 생각을 하게 하지만 6월의 꽃은 진심이 담긴 수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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