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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2. 2021

물길에 드는 생각

수호신장승 제단이자리한 마곡천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옷차림을 정리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 일찍이 이 세 가지 거울로 나의 과실을 막았다." - 정관정요


하나를 배우면 인생은 그 하나만큼 단순해진다고 한다. 자신이 지고 태어난 문제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것이다. 봄과 여름의 명소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마곡사이다. ‘춘(春)마곡, 추(秋) 갑사’. 봄에는 마곡사가, 가을에는 갑사의 경관이 빼어나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곡사까지 가지 않아도 마곡천변에 자리한 이곳만 걸어도 좋다. 

이곳은 마곡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음식점들이 자리한 곳이다. 넓은 공간에 무대와 잔디밭을 조성해두어서 식사를 하고 여유 있게 걸어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6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뒤부터 산문 밖에 주차장을 두고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정자 옆으로 다리가 있는데 일명 마곡꿈다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마곡꿈다리를 건너기 위해 앞으로 걸어서 가본다. 

장승고유제를 올리게 된 것은 옛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기리는 전통문화이기도 하다. 이 전통은 약 500여 년 전부터 전래되어 온 풍속이라고 하는데, 당시 맹수들이 많이 나타나 사람과 가축들의 피해가 많았다고 하며, 이를 통해 마을의 삼재를 막으려는 목적이 있다. 

마곡사의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마곡천이 이 마을을 거쳐서 흘러가고 있다. 신라 시대 당나라에서 귀국한 자장(慈藏) 율사가 통도사, 월정사와 함께 마곡사를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자장 율사가 불사를 회향할 때 그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 찾아온 스님과 신도들이 ‘삼대 마(麻)와 같이 무성했다’라고 하여 ‘마(麻)’자를 넣어 마곡사(麻谷寺)라고 했다고 한다.

마곡꿈다리를 건너서 오면 마을을 지킨다는 장승제단이 자리하고 있다. 장승제단이라는 비의 그 아래에는 <이곳은 우리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곳이오니 외인의 출입을 금함>이라고 씌어 있었다. 좌측에는 서방백제대장군, 우측에는 동방청제대장군이라고 쓰인 장승이 세워져 있었으며, 돌로 된 것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진 않았으나, 나무로 된 장승은 매우 오래 되어 보였다. 

장승제단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제사를 지낼 때를 제외하고 줄로 쳐져 있다. 


마곡사는 여러 번 가보았으니 마곡천변을 거닐면서 마을의 분위기만 돌아본다. 대를 이어 살았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곳에 남겨져 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보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수용하는 자세를 통해 사리에 밝아지고 경험이 풍부해지면 부드러운 가운데  강인해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은 자칫 자기 세계에 빠지기가 쉽다. 매일 같은 공간에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게 되면 성장할 수가 없게 된다. 이날 흘러가는 마곡천 물길에 드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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