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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2. 2021

행운 (幸運)

통제영거리의 벅수 행운을 주다.

리투아니아어 'laim'는 행운을 뜻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서 유래한 라이마는 인간의 수명과 행운을 결정하며 인생의 과정에서 결혼을 성사시키고, 결혼식을 감독하며, 임신부를 보호하며, 출산 때 나타나서 그 아이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행운을 바라며 점을 보기도 하고 신성한 대상을 찾기도 한다. 통영의 통제영거리에 자리한 벅수 역시 그런 존재다.

오래간만에 오니 통영의 삼도수군 통제영의 앞의 공간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원래 삼도수군 통제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벅수가 있었는데 올해는 원래 있었던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벅수 거리제’란 장승에게 지내는 제의로기존 삼도수군 통제영 입구변에 있던 국가 민속문화재 제7호인 통영 문화동 벅수를 통제영거리 내 본래의 위치로 이전하여 지내게 되었다.

1968년 국가 민속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통영 문화동 벅수’는 고종 때인 1906년 마을의 기를 보강하고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문화동 95번지와 123번지 사이에 세워진 독장승이다. 벅수가 처음 세워졌던 곳 일대를 통제영거리로 새롭게 조성하면서 옛 문헌과 통영성 지도 등을 비교 검증하여 원래의 위치로 이전하게 되었다. 

전에는 무언가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거리를 새로 정비하니까 탁 트인 것이 통영의 중심 공간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건물들도 들어섰는데 역사관의 공간으로 사용될 건물도 새롭게 자리하였다. 행운이라는 것은 모두가 바라지만 그 수준이나 원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사람이 세상을 배우는 것은 세 가지 방식이라고 한다. 사람에게서 배우고 책에서 배우고 여행에서 배우는 것이다. 이 중에 한 가지만 가지고는 배움이 성장할 수가 없다. 

원래의 자리로 옮겼다는 벅수(석장승)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보통의 장승은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혼자서 서 있는 것을 보니 그 힘이 다르게 보인다. 표정은 마치 도깨비와 같은 모습으로 마을의 안녕과 행운을 빌어줄 만하다. 스토리텔링은 결국 그 역사와 인물, 대상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기울였던 저자와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람과의 대화는 좋아하면서 정제된 대상과의 대화는 왜 마다하는지 모르겠다. 

수명의 실을 짜는 카르타처럼 벅수를 보면서 여행은 새로운 깨달음의 연속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좋은 여행은 사람의 인생관을 바꾼다고 하는데 이날의 벅수는 여행하는 동안 자기안에 새로운 행운이 아닌 시각을 더해준 느낌이다.  두룡포 서쪽에 위치한 착량(鑿梁)은 통영 시내와 미륵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통영운하의 옛말이다.

저 앞에 자리한 삼도수군 통제영은  일본의 재침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군영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하였다. 물산이 풍부한 해변에 많은 군력이 집중되면서 통제영은 통영의 중심이었다.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와 삼도수군 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은 동시에 생겨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제도적으로 통제영은 후대에 생겼다. 삼도 연해의 군권과 행정권, 사법권, 조세징수권 등 각종 권력이 통제사에게 집중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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