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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7. 2021

길가에 그림

생극면에 그려진 고향의 봄

우리는 언제부터 벽에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가장 오래된 예술 표현의 형식이자 회화 형태는 유럽의 동굴 벽화다. 동굴 벽화의 악각화의 역사는 약 3만 년 전까지 올라간다. 한국 울주에 그려진 반구대 암각화의 유적 조성의 중심 연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7,000~3,500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대마다 그려지는 그림은 당시 생활방식을 반영한다. 

우연하게 생극면으로 식사를 하러 왔다가 골목의 안쪽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번 식사시간을 놓쳐서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곤 한다. 생극면의 골목에 그려진 벽화는 채색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또렷한 풍경의 모습을 표현해두었다. 

이곳에 그려진 벽화는 마치 수채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채화는 불투명하고 권위적인 유성물감보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빠르고 유동적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화가들에 의해 선호되었다. 처음에는 스케치처럼 사용되었지만 이렇게 완성된 모습으로 전시되기 시작했다. 

어떤 마을을 연상해서 그려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극면에 그려진 벽화이니만큼 생극면의 옛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 아닐까. 안쪽에는 오래된 집들이 있는데 집에는 마당이 있어서 작은 정원을 조성해둔 곳도 있었다. 

생극면 서쪽 면계의 차령산맥에는 임오산 · 팔성산 · 마날봉 등이 남쪽으로 뻗어 있고, 동쪽은 수리산 · 수레의산· 부용산 등의 준봉이 줄지어 있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다. 최근에 이 시골마을에서는 생극면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태계를 담은 '생생 가이드'를 발간하였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마을 역사와 전해오는 이야기 등 생극면의 자연환경과 옛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하는데 이곳 벽화거리에도 그런 모습이 살아 있다. 저 멀리 펼쳐져 있는 자연의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벽화로는 만나볼 수 있다. 

큰 소나무 밑에 장미꽃과 분홍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다. 노란색의 들판이 마치 보리가 익어가는 장면과 닮아 있었다. 

오가는 사람은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만이 함께해주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긴 수재였던 데카르트는 20세 즈음에 대학 교육에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세상이라는 큰 책에서 배우겠다면서 떠났다고 한다. 생동하듯이 살아 있는 생극면의 길가에 꽃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으니 존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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