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n 07. 2021

연꽃 필 무렵

음성의구성말에서아랫행치까지

연꽃 피움이라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영역이다. 연꽃이 필 때가 되면 피는 것이다. 자연 속의 존재는 굳이 창조를 위한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이다. 지혜는 나이가 들어야만 생기지만 지혜의 생성과정에서 우리의 눈은 침침해지며 자연 속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매번 똑같은 풍광이라고 생각하고 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지나친다.

어떤 지역의 오래된 지명을 보면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반기문 비채길에는 구성말이라는 지명도 있고 아랫행치마을이라는 지명도 있다. 이 구간은 1.3km 정도 걸리는 구간이다. 연꽃 필 무렵에 반기문 생가의 앞에 가면 연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나 휴게공간도 있다. 화가나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그릴 풍경을 만나는데 그 풍경을 보고 이런저런 각도에서 바라보고 관찰한다. 추상화가는 다른 관점의 심상이나 내적 환상을 생각해낸다. 

비채길에 자리한 벤치들은 나뭇잎을 상징해둔 것은 자연과 닮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비채길은 비움과 채움이 같이 있다는 뜻으로 빛의 길, 하늘길, 땅길 세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반기문 생가의 중심 공간은 바로 이 연지다. 중앙에 지구가 자연의 모습을 닮아 있다. 이곳은 평화를 상징한다. 연꽃 역시 평화와도 잘 어울리는 꽃이며 예절의 꽃이기도 하다. UN 같은 곳은 세계와의 상호관계에 의해, ㅅ계를 재형성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이다. 

반기문 생가의 앞에 연지의 꽃은 다른 연꽃도 아닌 분홍색이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연지계회도(蓮池契會圖)를 보면  연잎의 표현에서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다양한 크기의 잎들을 연두색에서 진녹색에 이르는 다채로운 색으로 그려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시대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연지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어떤 모습과 어울릴지 찾아본다. 연꽃의 연밥, 즉 연과(蓮果)가 연이어 향시와 전시에 과거급제 한다는 연과(連科)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출세 그림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했었다. 

연지의 주변으로는 안쪽에 산책로도 조성이 되어 있고 반기문 생가도 오픈되어 있다. 반기문 생가의 문이 모두 열려 있어서 누구나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양의 건축물은 가능성과 영원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연꽃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물은 동양의 건축물이다. 연꽃 필 무렵에 구성말에서 아랫행치까지 걸으며 서로 감응하는 사물의 성질을 살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가에 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