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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3. 2021

섬에 가다

서산 지곡 왕산포의 안도

고립되어 있는 섬을 가는 것은 남다른 감성이 있다. 밀물이 되어 바닷물이 차 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섬은 사람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준다. 모든 것이 부족한 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것들도 소중해진다. 기본적으로 물은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액체다.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 하여 일원설(一元說)을 주장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Thales)는 물의 존재의 중요성을 알았던 사람이다. 

서산의 왕산포라는 곳의 풍광은 썰물이 되었을 때 드러난다. 물은 오랫동안 원소처럼 생각되어 왔다. 하나의 원소가 물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18세기에 라부아지에(Lavoisier, A.L.)에 의해 바뀌었다.  연소이론(燃素理論)과 원소 개념을 확립하여 물은 원소가 아니고 산소와 수소의 화합물임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H2O가 당시 밝혀냈는데 물론 극히 미량의 다른 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다른 곳에 가도 볼 수 있는 이 구조물은 가까이 가서 보기로 생각했다. 물고기라도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세히 바라보았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보기에는 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이 가보니 턱이 생각보다 높았다. 썰물 때에 바닷물이 모두 빠져나갔지만 이곳에만 물이 남아 있다. 

“샘이 깊은 물은/가뭄에 아니 그칠 새/내가 되어 바다에 가나니” - 용비어천가

샘이 깊다는 것은 물줄기를 따라 변함없이 끊임없이 흘러 마침내 겨레의 가장 속 깊은 근원적인 바다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 온 것은 썰물 때에 갈 수 있다는 안도를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도에 연결되어 있는 이곳은 왕산포로 갯마을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가로림만의 넉넉한 품에 안겨 있는 왕산포구는 밀국낙지의 주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서해바다의 앞 갯벌과 바다, 뒤 논밭에서 나는 것이 많이 풍족한 삶이 있는 왕산포는 현재 약 40가구의 조그만 반농반어촌이다. 

갯벌은 멀리서 보면 좋지만 수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들어가면 조심해야 한다. 만약 갯벌에 빠졌다면 온몸을 누워서 벗어나야 힘을 덜 쓰고 빠져나올 수 있다. 

왕산포구에서 멀지 않은 안도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수월했다. 물론 밀물이 되면 그 길이 사라지겠지만 안도라는 섬은 크지 않은 섬으로 한 번쯤은 머물러보고 싶은 곳이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라틴어는 오늘을 행복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썰물로 배를 바다로 보낼 수가 없지만 밀물이 들어올 때가 있기에 배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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