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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30. 2016

스포트라이트

언론인의 본분은 보도하는 것이다. 

한국도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수많은 시사프로가 있었지만 절대로 깊게 들어간 적은 없다. 그냥 수박 겉핥기 식으로 살짝 문제제기를 하고 빠지는 식이다. 보스턴에서 가톨릭 교회의 힘이란 서울에서 거대 교회들이 가진 힘만큼 이 강력하다. 가톨릭 교회에서 아동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짐 설리반과 맥클리시는 가톨릭 교회 측의 변호사로 비밀 유지 약속과 함께 피해자들과 직접 합의를 이루었다. 


합의를 이루었으니 더 이상 문제가 없는 것인가. 보통 낙하산이나 갑작스럽게 리더 자리로 온 사람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골치 아픈 사건은 손대지 않는 법인데 신입 국장으로 온 배런을 다르다. 이제는 케케묵어버린 사건인 '게 오건 신부 사건'을 집중 취재하라는 오더를 내린다. 탐사보도 전문팀이던 스포트라이트의 팀장인 로비는 반항끼 넘치는 마이크와 적극적인 여기자 시샤, 맷 브라이언을 데리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미국의 3대 일간지라는 보스턴 글로브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꼭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듯 하다. 한국의 3대 일간지가 어떤 저널리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말이다. 특히나 종교와 알게 모르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언론사가 그들에게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어떤 걸 보도해야 언론인인가. 


영화는 극적인 것은 없지만 묵직하게 전해져 오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실제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실화를 담고 있어서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들은 영향력이 강한 가톨릭 교회를 심층 취재하면 어떤 반발과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알았지만 결국 파헤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보스턴 지역에서만 약 90명의 사제들이 아동을 성추행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한국의 대다수의 언론이 힘과 돈에 휘둘리며 들러리를 서고 있는 이때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과 보도를 꼭 해야 한다는 그 의지가 부럽게 느껴졌다. 

돈과 양심 중에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 


만약 당신에게 갑인 누군가가 있다면 그 갑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자신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냥 좀 탈세 좀 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지만 견딜만하다. 일반 회사라면 눈을 감고 넘어갈 수 있지만 언론사는 다르다. 신문을 자주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신문에 전면광고를 비롯하여 자주 광고를 내는 대기업과 기자들의 기사의 묘한 유착관계를 엿볼 수 있다. 절대 그 대기업의 이미지에 금이 갈만한 기사 같은 것은 쓰지도 쓸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른 언론사에서 어쩌다가 그 기업의 문제점을 대문짝만 하게 실더라도 그걸 교묘하게 물 타기 하는 기사를 쓰지 같이 동조하지 않는다. 즉 돈이다. 광고주는 돈이고 그 돈을 잡기 위해서는 언론인의 본분 정도는 가볍게 잊어버려도 좋다는 것이 기레기들의 생각이다. 


양심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외면하려 하면 할수록 끝까지 따라다닌다. 그리고 자신의 양심을 속이기 위해 더 큰 돈을 원한다. 그쯤 되면 언론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진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어떤 영화 속의 대사에서 "진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무엇을 믿는가가 중요하다."라는 말이 나왔다. 일반인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론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람들의 색안경을 벗게 해줄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은 시대의 살아있는 진실을 찾아야 한다. 세상에 추악한 진실이 많을 때 쉬운 글만 쓰려는 언론인은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이다. 독일의 만행을 본 독일 철학자는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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