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겨 있는 정원
펜션 옆에 자리한 호수의 둘레를 잰다면 200여 미터쯤은 되어 보였다. 두 부분의 삶이 담겨 있는 정원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남자는 그냥 뒤에서 따라왔고 여주인이 앞서서 정원에 대한 안내를 해주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자생화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요.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큰 기쁨을 주거든요. 보시면 알겠지만 연못에 반사된 빛을 받은 식물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연희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서 주변을 보다가 큰 고목에 매달려 있는 그네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그네가 타고 싶어 졌다. "사모님, 저 앞에 있는 그네 좀 타봐도 돼요?" "예 그럼요."
연희는 길게 늘어져 있는 그네에 앉았다. 목재로 만들어진 발판은 오래되었지만 튼튼해 보였다. 그녀가 그네에 앉자 지수가 뒤에서 밀어주었다. 큰 고목에 매달려 있어서 그런지 안정감이 들었다. 남자들은 꽃에 그렇게 관심은 없어 보였다. 몇 번 그네를 왕복하고 내린 연희의 눈에는 나무의 뒤에 있는 해먹도 보였다. "저 앞에 있는 꽃은 수국이죠?" 여주인은 지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맘때쯤 피기 시작한 수국은 늦봄인 6월에 절정을 이루게 되죠." 정원을 10여분 돌아다닌 후에 그녀가 이끄는 대로 아치로 된 정원 입구의 장미가든을 지나니 야외의 루프 가든에 도착을 했다.
"이곳에서 가볍게 차랑 쿠키를 맛보세요." 이미 준비를 했는지 찻잔과 쿠키 등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투명한 전기주전자에 물이 담겨 있었는데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물이 끓기 시작했다. "저도 크지는 않지만 정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싱그러운 식물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녀는 주전자에 끓여진 물을 찻잔에 조금 담고 물을 비워냈다. 그리고 다시 찻잎이 들어있는 도자기에 물을 담았다. 어느 정도 우러나자 앞에 있는 찻잔에 차를 담았다. 연희와 경덕은 옆으로 차를 하나씩 전달해주었다. "요즘에는 정원을 꾸미기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도 나오고 있어요. 그 프로그램을 듣는 것도 괜찮아요?"
"도슨트라고 하면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거 아닌가요?" 지수가 물었다. "원래 그렇긴 한데요. 요즘에는 워라벨 등과 함께 식물을 키우기 위한 그런 프로그램도 활성화되고 있거든요.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ēre’에서 파생된 거예요. 그러니 굳이 영역을 가릴 필요는 없는 거죠."
수경은 기분 좋게 따뜻해진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스콘을 먹었다. 사과를 사용해서 만든 스콘은 적당하게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느낌이 좋았다. "연희야 스콘 맛이 좋긴 하다." 연희는 수경의 말에 스콘을 집어서 먹어보았다. 그녀의 말처럼 맛이 괜찮았다. "그런데 이곳 루프 가든에서 저 앞을 바라보니 마니 모네의 정원을 보는 것 같아요. 일부러 그렇게 조성해 둔 건가요?" 그녀는 연희의 시선에서 야외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옛날에 프랑스 지베르니 지역을 가봤는데 정말 이쁘더라고요. 알고 보니 모네의 생가가 그곳에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바라본 창밖 전경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혹시 미술을 전공하셨나 봐요."
"유명하지는 않지만 미술 쪽에서 일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행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중에서 자연을 볼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남자들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미술이나 자연, 꽃에 대해 관심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그냥 저녁에 바비큐와 술 한잔을 마시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숯과 고기, 채소를 준비를 해두었으니 짐이 있다면 안에다가 들여놓고 오세요. 여자들분들의 방은 2층에 있어요. 저녁 먹기까지 시간이 조금 있으니 있다가 5시 반쯤 저 앞에 있는 바베큐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말을 끝낸 남자는 일어나서 바베큐장으로 걸어서 갔다. 남은 시간 동안 연희와 지수와 수경은 정원을 조금 더 구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