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변화
은혜는 물리적인 형태는 없지만 공간감이 느껴지는 스마트 TV를 통해 토론을 보고 있었다. 원래 토론 방송 같은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나온 주제는 자신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서 궁금했었다. 사회가 참 많이 변화한 것도 사실이고 10년 전과 빠르게 달라졌다. 이제 사랑도 거리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시대였다. 부산에 살고 있는 그 남자와 지난 1년은 행복했었다. 그런데 최근 한 달 그의 변화는 미묘함을 넘어서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부산에서 20여분이면 올 수 있는 서울까지 오는 것조차 의미 없어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이 상황을 상담하고 싶어 졌다. 가장 많은 대화를 했던 연희 언니는 1년 전에 자신이 원하던 자연 속에 작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언니는 이성 간의 사랑 대신 지식을 채우는 데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얻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성 간의 사랑에 대한 중요도가 많이 희석된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을 그녀는 하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자신의 삶의 만족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연희 언니가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문득 그와 통화가 하고 싶어 졌다.
"헤이 카르페 경일 오빠에게 전화 걸어줘." 기본적으로 가사로봇의 기능을 하면서 최근 버전 2.0의 여러 가지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카르페에게 말을 걸었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회사는 있지만 이름을 지정할 수 있었다. "예 지금 통화연결 중입니다." 통화는 연결음이 아니라 스마트 TV에서 같이 찍었던 동영상이 나왔다. 여수의 개도라는 섬에서 둘이서 행복했을 때의 영상이었다. 1분이 넘게 동영상이 반복되었으나 반대편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통과가 되지 않는데 다시 한번 연결해드릴까요?"
"아니 그냥 통화 종료해주고 공간 좀 확장해줘." 그녀는 갑작스럽게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침실 공간이 수축되면서 거실이 조금 넓어졌다.
자신도 올해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경일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의사에게 자신의 피에 대한 검사와 함께 정신적인 스트레스 검사 등도 했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마치 어떠한 것에도 감정을 못 느끼는 것 같은 그런 상태였다. 굳이 그녀의 기분을 살피면서 관계를 이어나가야 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었다. 사랑했다는 이전의 말 자체가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Q와 대화하는 것에서도 만족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일의 파트너는 아니 어었지만 일부 생활의 파트너 역할을 해주었다. 그때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굳이 전화를 받아서 대화를 할만한 주제도 없었고 할 말도 없었다. 그냥 마시던 음료를 마시면서 남극의 영상을 지켜보았다.
"Q 얼핏 들었는데 남극이라는 이름이 곰이 없다는 의미라는데 맞아?"
"어원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arktikós는 원래 "곰"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여성형 명사 árktos(f., ᾰ̓́ρκτος)의 형용사형입니다. "남극"을 뜻하는 Antarctica는 Arctic에 "반대"를 뜻하는 접두사가 붙여진 것으로 곰이 없는 땅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극에 북극곰이 살긴 해?"
"유의미적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음료에는 아직도 대표 캐릭터인데 이렇게 빨리 사라질 줄 알았나. 사람들도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몰라."
산속에 깊숙한 곳의 연구실에서는 연구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내분비샘에서 합성되고 분비되어 특정 조직이나 기관의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화학 물질인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였다. 내분비 셈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분부 샘의 호르몬의 결핍을 초래하였다.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호르몬에 대한 중독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많아지고 기대도 커지게 된다. 또한 불만 같이 커지게 되는 것이 일상적인 사랑의 과정이었다.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발생되었는지 역 추론해보았지만 명확하게 나온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