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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2. 2021

어린 소녀

그녀와 들꽃과 녹색의 풍경

도시에 살다가 내려온 어린 소녀가 생각했던 농촌의 모습은 들꽃이 만들어내는 녹색의 시간이었다. 대도시에서는 큰 공원이나 천변에서 꽃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신과 같은 나이의 학생들도 적었지만 무엇보다도 교과서에서 말했던 고향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비록 벽화 속에서의 모습이지만 아름다운 들꽃들이 나를 사랑하고 어디선가 나올지도 모르는 조그마한 토끼도 이날이 좋아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닐 것 같은 공간이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지만 이곳의 벽화만큼은 아이들이 시원한 여름에 어울릴만한 수박을 먹고 있었다. 이사 오기 전까지 더 많은 아이들이 보이는 곳에서 살았었다. 여름의 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가 지나고 나서 시원한 수박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들꽃이 반기는 돌고개 솟대마을에 처음 와서 나무에도 물을 줘보았고 중학교까지는 거리가 있지만 이곳에는 채운초등학교가 있고 그 주변으로 마을의 벽화가 입체감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이 돌고개 마을이라고 불리는 것은 석현으로 토끼재로 넘어가는 고개 아래 잇는 마을로 석현이라고도 한다. 

석기시대에 돌칼이 나온 것으로 보아 아주 옛날 사람들이 정착했다고 마을 분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이곳의 마을 어디를 보아도 들꽃이 많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야화리라고도 부른다. 

벽에 아지랑이가 피듯이 나무와 꽃들이 붙어 있었다. 자신만의 꽃을 정해서 물을 주듯이 키워도 좋을 듯한데 때론 자신이 생각하는 꿈을 제대로 말하는 친구들도 많지가 않다. 

마을을 걷다 보면 도시에서 맡지 못했던 다른 냄새들도 난다. 소를 키우는 옆에 가면 평소에는 맡아보지 못했던 냄새들도 나오는 마을이다. 소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논산시는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한다는 동고동락을 지향하고 있다. 벽화에 그려져 있는 잠자리처럼 아직까지는 그런 것들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메마른 삶과 현실을 더욱더 지각한다고 하는데 어린 왕자가 살았던 B-612의 소행성처럼 들꽃이 만드는 돌고개 마을도 좋다. 

왜 솟대마을이라고 했는지 궁금했는데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면 거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정말 많은 솟대들이 그곳을 장식하고 있다. 

이 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겠지만 이 중에 하나는 내 꽃처럼 정성을 들여봐야겠다.꽃에 공을 들이다가보면 더 소중해지겠지. 들꽃 혹은 야생화의 이름도 참 다양하다. 바위채송화, 애기 며느리, 천궁, 눈빛승마, 하늘말나리, 어수리, 가는장구채, 민백미꽃, 노루 발등 셀 수 없이 많다. 

진또배기 갤러리와 해바라기 정원 갤러리가 있는 곳에 오면 농수로와 함께 수많은 솟대와 장승들이 서 있다. 그 좋은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잊히거나 상실된 것과 논에 보이지 않는 것을 돌아보며  나의 이 애기도 책으로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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