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n 23. 2021

다른 관점

힘들게 접근해본 논산의 원목다리 (원향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접근해서 본다는 것은 때로는 불편함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매번 똑같은 관점으로 보다 보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바꿀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다. 돌로 만들어진 원목다리를 반대편에서 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척이나 편한 옷을 입고 간 터라 접근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기찻길이 없었다면 열려 있었을 공간이지만 기찻길로 인해 단절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 마을에서 원목다리까지는 1km 정도 걸리는 거리다. 날이 무척이나 따뜻해져서 조금만 무리하면 땀이 등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때론 왜 그 길을 걸어야 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있다. 그렇지만 가야 한다는 것만을 알고 있고 자신이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생각한다. 삶의 의지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원목다리는 항상 저 멀리 있는 강경에서 들어오는 길목이나 나가는 길목에서 볼 수 있었다. 원목다리(원항교, 院項橋, 충남 논산시 채운면 야화리 193-2번지에 있으며 충남 유형문화재 제10호)는 조선시대에 만든 3칸 규모의 돌다리다. 

천이 흐르는 옆으로 걸어서 접근을 해본다. 전에도 본 적이 있었던 양끝을 처지게 하고 가운데는 무지개처럼 둥글고 높게 만들어둔 원목다리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 철길 너머로 원목다리가 있을 것이다. 원목다리는 비가 많이 내리면 지금도 물에 잠기는 곳이다. 물론 물에 잠길 때 어디로 갈 수는 없다. 다리라고 하면 칠석교가 먼저 연상이 된다. 사람과 사람의 간절한 그런 것이 만남이나 사랑이 아닐까. 

비록 철교가 필자와 원목다리의 공간을 가로막았지만 어떻게든 가까이 가보고 싶어 졌다. 이곳에서 접근해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기찻길은 강경역에서 논산역을 연결해준다. 옆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좁은 보도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드디어 원목다리가 보인다. 원목다리는 물길을 가로질러 제 위치에 있지만 하천정비로 인해 하천의 폭이 넓어지면서 현재 다리로는 물이 들지 않고 옆으로 물이 흘러가고 있다. 논산~강경 간 국도변에서 원항천 제방을 따라 남쪽으로 1km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현재는 사용하지 않으나 과거에는 큰 다리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돌다리였다. 

천이 폭이 넓어서 원목다리로 건너편으로 건너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원목’(한자어로는 원항; 院項)이라는 이름은 간이역원과 길목의 뜻이 합쳐져서 나그네의 휴게소 겸 주막을 이르는 말인 만큼 이 다리 어귀에 그런 시설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축천에 자리하고 있는 이 다리는 지금의 물길 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길이가 짧지만, 들판을 농경지 정리를 하면서 물길의 폭을 넓히고 물의 방향도 바꾸었기 때문일 것이다. 축조된 돌 하나 빠짐없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다리를 유용하게 사용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곳에서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형태만 잘 볼 수가 있다. 다리의 규모는 길이 16m, 폭 2.4m, 높이 2.8m로 3칸의 홍예로 돼있는데 가운데 칸이 조금 높고 양쪽이 약간 낮게 만들어졌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었던 다리지만 무엇보다도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역할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Keywo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