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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5. 2016

엑스맨 아포칼립스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시작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능력에 대한 부러움의 이면에는 시기심이 따른다. 그리고 두려워한다. 인간은 원래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본능이 숨겨져 있다. 엑스맨의 돌연변이들은 그런 남다른 능력을 가진 존재들을 상징한다. 평범한 인간과 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저주일 수 있다.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주로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방황하고 괴로워한다. 비교적 열린 마인드로 특별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남들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기에 더욱더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엑스맨 리부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의 제목으로 아포칼립스를 사용한 것은 말 그대로 세계의 멸망을 의미한다. 아포칼립스와 같이 사용되는 단어로 아마겟돈이 있다. 묵시록에서 인류 최후의 전쟁인 아마겟돈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아포칼립스는 어감부터가 불운을 가져오는 느낌이다. 


20세기에 방사능으로 인해 처음 등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돌연변이는 애초 고대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3,500년 전에 존재했던 아포칼립스는 자신의 정신을 다른 인간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수세기를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돌연변이에게도 몸을 옮기면서 무한에 가까운 힘을 가지게 된다. 상처가 금방 극복되는 존재에게 몸을 옮기던 순간 인간들에 의해 무덤에 잠이 들게 된다.  

인간과 다른 힘을 가진 아포칼립스는 고대부터 신으로 숭배받아왔으며 시대에 따라 신의 모습을 띄며 인간을 지배해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들었던 아포칼립스는 그를 숭배하던 이들에 의해 무덤에서 깨어난다. 자신이 살아왔던 세상과 달리 혼돈에 가까운 지금의 세상을 보고 크게 실망한 아포칼립스는 포 호스맨을 모아 인류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고 한다. 아포칼립스는 다른 뮤턴트들의 능력을 깨우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을 따르는 뮤턴트 네 명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한낱 좀도둑에 불과했던 스톰, 전투력이 강한 사일록, 인간들을 싫어하는 아크 에인절 그리고 평범하게 살려고 했던 에릭에서 돌아온 메그니토까지... 강력한 네 명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선과 악의 존재가 있을까. 자신이 가진 힘을 휘두르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주는 영화 아포칼립스는 남과 다른 힘과 깨달음을 가진 존재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강한 힘을 가진 존재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능력은 약한 자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프로페서 X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항상 사이클롭스 스콧이 주로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전작에서도 출현했던 하보크 알렉스 써머스도 함께 등장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둘이 같이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포칼립스에서는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어벤저스에서 아쉽게 퇴장한 퀵실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데 특유의 쾌활함으로 인해 영화에 활력을 더해준다. 퀵실버는 아는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매그니토의 아들이다. DC Comics의 플래시맨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빨리 움직이는 존재로 짦게 나오면서도 그 존재감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울버린도 등장한다. 이전작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소련과 미국의 대치가 극에 달했던 1960년대를 그렸고 그 후속작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1970년대를 다뤘다면 아포칼립스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이다. 

빌런이 강하면 강할수록 영화는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아포칼립스는 엑스맨에서 능력 있는 존재를 모두 합치더라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아포칼립스에게는 모든 메탈을 다루는 매그니토까지 있다. 정신적인 제어 능력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프로페서 X, 신체적인 능력으로 우월한 비스트와 미스틱, 음속의 10배 가까운 속도를 자랑하는 퀵실버, 아직은 제어능력이 부족하지만 에너지파를 쏟아내는 사이클롭스, 순간이동의 나이트 크롤러까지 힘을 합치지만 쉽지 않은 싸움이다. 

굳이 뮤턴트들이 아니더라도 사람 역시 자신이 가진 능력에 휘둘린다. 세상이 그것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권력자들도 그렇고 남들과 다른 능력(돈, 차별화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지배해야 되는 존재들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아포칼립스는 정말 엄청나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존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했고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해석하려고 했다. 지배자로 군림하려고 했었고 능력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했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캡틴 아메리카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매력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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