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l 01. 2021

연지

봄도 좋지만 여름은 뜨겁다.

이제 날이 많이 더워졌다. 조금만 걸어도 등에서 땀이 난다. 그래도 가끔씩 만나는 아름다운 연꽃을 보면 그것만으로 채움이 있을 때가 있다. 연꽃을 보면 사랑이라기보다는 아름다움이 먼저 연상된다. 연꽃이 피어 있는 곳도 있지만 피어 있지 않은 곳도 있다. 하동 하면 유명한 녹차가 그 명맥을 이어오듯이 백련 연꽃지에는 적지 않은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무명도공수념비도 자리하고 있다. 

연지공원의 연지 호수에는 수생식물인 연과 수련가 살고 있는데 이곳은 참 오래간만에 찾아온 곳이다. 어디를 봐도 사람의 인기척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고요한 공간이다. 논과 연지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이다. 

연꽃을 심어둔 지역이라는 연지(池)와 여자가 화장할 입술이나 뺨에 바르거나 찍는 붉은 빛깔의 염료 연지(臙脂)는 한글로 같지만 한자어로는 의미가 다르다. 연지곤지를 바르고 결혼하는 여성분은 요즘에는 보기 힘들지만 볼터치는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다. 

연잎이 흐드러지게 연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래에 있는 진흙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메우고 있었다. 7월에는 연꽃이 필 때라 처음으로 이곳 연꽃 촬영으로 왔지만 벌써 꽃이 활짝 펴 봉오리 보다 연꽃잎이 떨어지는 연꽃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 

오늘의 1등 주인공이기도 한 연꽃이다. 봉우리를 열고 있는 것도 있었고 오므리고 있던 연꽃도 있었다. 핑크빛의 연잎 속에 노란색의 수술의 조합이 좋다. 

계속 연꽃을 감상하며 하동의 백련 연꽃지를 돌아보았다. 도자기를 굽는 일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이기도 하다. 경험이 많고 지식이 풍부할수록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일단 숨을 고르고 상황을 판단한다고 한다. 연꽃은 그런 사람의 경험을 보여주는 듯하다. 

연지속에 연꽃은 보통 멀리 있어서 가까이서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스스로 깨달은 꽃이라는 의미와 잘 어울리는 꽃이기도 하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코로나19에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저어도 흰 연꽃과 핑크빛의 연꽃을 보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다. 

연꽃은 불교 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나 일곱 걸음을 걸을 때마다 걸음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할 정도로 연꽃은 신성시되고 있다. 불교는 자기 스스로 깨우쳐 부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연꽃의 피는 과정이 이와 같다고 여기고 있다. 스스로 깨닫는 것의 의미를 우연하게 이곳에서 잠시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드벤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