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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2. 2021

질그릇

김제 부거리 옹기가마

사람이라는 그릇은 깨지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규명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그릇에 유약을 입히고 잘 만드는 것조차 자신의 몫이기도 하다. 사람의 그릇을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그 인생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철분이 많은 점토(粘土)로 제작되어 회청색·회흑색의 경질도기와 회백색·회흑색의 연질도기로 구분되는데, 구운 온도에 따라 차이가 생기게 된다. 

김제에 가면 김제 부거리 옹기가마 한 기가 남겨져 있다. 조선 후기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주한 신자들이 포교와 생계를 위해 옹기를 빚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원래는 6기의 옹기가마에 있었는데 현재는 1개의 가마와 작업장만 남아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질그릇을 굽는 곳이기도 하다. 직접 장작을 피워서 사용하는 전통방식의 가마로 구릉지의 경사면에 흙으로 만든 벽돌을 쌓아 만들었다. 이곳은 전통작업장(등록문화재 403호)을 옹기장 안시성씨(전라북도 무형문화재 53호)가 사들여 20여년째 그 전통의 명맥을 온전하게 이어오고 있다.

조선 말기의 후기의 질그릇들은 기벽이 두꺼워지고 생활에 널리 쓰이는 데 편리하도록 밑이 넓고 안정된 형태로 튼튼하게 제작되었다. 이곳은 국가등록문화재 제403호다. 작업장의 주변을 잘 살펴보면 옹기 물레 3대와 작업도구가 남아 있다. 가마가 긴 형태는 균일한 품질의 옹기 제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고 물로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살아갈 때는 물에 가까워지고 삶을 끝내면서 흙으로 돌아기에 흙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흙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이며 물과 섞어 반죽하여 여러 가지 모양을 빚어낼 수 있고, 마른 뒤에도 그 형태를 유지하며 불에 구우면 단단해진다.

옆에는 초가집의 형태로 도기를 굽고 만들기 위한 공간이 있다. 비교적 젊으신 여성분이 만들어둔 토기를 옮기고 계셨기에 가볍게 목례를 했다.  용기로서의 토기는 만든 방법이나 그릇의 성질에 따라 토기·석기·자기로 나누어진다. 토기를 굽는 방법은 한데가마[露天窯]에서 굽던 것으로부터 차츰 높은 온도를 얻기 위한 가마시설로 발전하게 된다. 

그릇은 우리에게 식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인간을 보여주는 크기와 형태이기도 하다. 경상북도를 가도 박해를 피해 천주교 신자들이 옹기를 굽던 곳이 있다.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그 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가에 따라 좋은 그릇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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