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Generation
차세대 인류라는 말은 무언가 희망적이고 새로운 호모 사피엔스가 나올 것 같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해 생길 문제를 늦출 정치적인 계산의 결과였다. 고립되면서 멸종한 과거의 네안데르탈인 같은 문제도 아니었다. 2010년대부터 시작한 자산의 대물림은 2020년대 들어서 구조적인 문제를 만들어냈다. 2025년까지 출산율 개선을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몇 년 전 22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그 대안으로 NG세대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호와 다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각각의 공공주택에 살고 있었다. 이 공동주택은 10년동안 꾸준히 수요가 줄어들어 공실이 되어버린 상가건물을 개조한 것이었다. 23대 이전의 22대 국회 역시 공공주택 특별법을 발의하고 법사위와 본회의에서도 통과시켰으나 결혼이나 출산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인호와 다래는 같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옛날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멀티플렉스 상권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도 오래였다. 다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하는 곳은 어때? 할만해?" 이들 둘은 자주 보지만 딱히 연인관계라고 볼 수 없었다.
"일은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인호는 시큰둥하게 답을 했다. "1인 가구가 1,500만 명이 넘었대. 오래된 이야기지만 우리 보고 혼자 사는 인류라고 해서 호모 솔리타리우스(Homo Solitarius)라고도 하던데. 아! 그리고 그때 정자은행에 간다고 하더니 어떻게 됐어?" 그녀의 말을 들은 인호는 앞에 있던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돈을 주니까 갔지. 그러는 넌 난자은행에 갔어? 여자는 남자보다 돈을 더 많이 주잖아."
"몰라 고민 중이야. 여자는 남자와 달리 몸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니까."
2027년에 통과된 법안에서는 저출산의 해결방법으로 국가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서 시험관 아기로 출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일명 차세대(Next Generation) 법이라고 부르며 NG세대의 탄생을 알렸으나 사람들은 NG(No Good) 인류라고 불렀다. 이들이 사회로 나오게 될 2047년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었다. 정자나 난자를 제공하면 적지 않은 보상을 했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젊은이들의 참여가 많았다.
"그렇구나. 나야 때 되면 가니까. 그냥 일상처럼 된 거 같아."
"뭐 그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제 월급 가지고 사는 것도 쉽지 않고 말이야. 나이 들어서 어떻게 살지도 모르겠어. 정말 가난하게 오래 살 것 같다는 느낌 아닌 느낌."
"오늘만 살면 되지 그때 어떻게 될지 알아." 둘은 좀비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다소 이상스러운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딱히 공포스럽지 않은 밋밋한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했다.
일요일이었는데 다른 날보다 좀 더 흐릿하고 맑지 않았다. 나가기에도 애매한 그런 날에는 집에서 있는 것이 딱 좋았다. 물론 비행 택시를 탄다면 바다를 보러 가기까지 30분도 걸리지 않겠지만 그 돈이 아까웠다.
"인호야. NG세대가 과연 행복할까?" 말하면서 다래는 과자를 하나 깨물었다. "차라리 NG세대가 나을 수도 있지 부모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 국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모두 비용을 대주잖아. 게다가 성인이 되면 성냥갑 같은 집이지만 집도 거의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말이야." 다래는 인호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좀비뿐이 없는 저 공포영화 속의 세상과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다를게 무얼까. "그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까?"
"어차피 뭔 상관이 있어. 요즘에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참 얼마 전 시사토론을 얼핏 봤는데 거기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아. 뭐 바이러스 같은 거라고 하던데. 10년 전의 코로나19 같은 거와 비슷하다고 했던 거 같아."
인호는 그냥 누군가를 책임지고 번 돈을 누군가를 위해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반면 다래는 어떨 때 보면 결혼 생각도 있어 보였다.
"몰라 바이러스 같은 거는 그런데 그런 게 없었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변했을지 몰라." 시큰둥한 인호의 말에 다래는 다시 화면으로 시야를 옮겼다. 이때 다래의 팔에 붙여놓은 스크린에서 메시지가 떴다. 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다.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쓸만한 파우더 팩트를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