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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4. 2021

고즈넉한 성당

하동진교 성당의색다른 고요함

사람이 없을 때가 마음이 편하기도 하지만 때론 소통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 중간지점에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하동의 진교라는 지역은 들어올 때 혹은 나아갈 때 지나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성당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고즈넉한 곳으로 색다른 고요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불교에서는 고요함은 열반(涅槃) 또는 열반적정(涅槃寂靜)의 다른 말이라고 한다. 

진교 성당은 미사를 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미사가 없을 때 오면 정말 고즈넉하면서 고요함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곳이다. 항상 북적거림을 찾아가며 시끄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놓친 것,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동의 산이 보이는 곳으로 마리아상이 보인다. 

이곳으로 올라오면 하동 진교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진교면을 내려다보면서 고요함 속에 고즈넉함을 느껴본다. 마음은 거미와 같다고 하는데 거미는 틈만 나면 모든 것을 얽어내기에 그런 표현을 한 듯하다. 

성당에는 아무런 사람이 없는지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 진교 본당은 정해박해를 피해 내려온 호남의 교우들이 1827년 진교면 양포에 둥지를 틀며 자리했다고 한다. 1896년 양포공소가 만들어지고 뒤이어 이곳 진교공소가 세워졌고 1990년 진교본당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정해박해는 1827년 2월 곡성의 한 교인 촌에서 사소한 다툼이 일어나 곡성 현감에게 천주교도를 고발하는 밀고 사건이 일어난 것에서 비롯이 되었다. 곡성에서 시작된 천주교인 검거선풍은 점차 전라도 전역으로 파급되어 240여 명의 신자들이 전주감영에 갇히게 된 것이 정해박해다. 

곡선으로 만들어져 있는 통로를 걸어서 본당으로 걸어서 올라가 보았다. 흔히 보는 멋스러운 성당보다는 그냥 소박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고즈넉함을 생각하면 아늑함도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고즈넉함은 시끄러움과 반대되는 느낌이다. 무언가 고요하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이 고즈넉함에 담겨 있다. 

진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수 따라 고기는 들고 난다. 고즈넉함에는 얼매임도 없지만 벗어남도 없다. 달빛에 그림자가 생기고 어둠 속에서는 그림자가 없다. 박해가 있었기에 천주교인들의 흔적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달빛을 있었기에 희망이 있었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곳에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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