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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2. 2023

눈 내린 날의 수채화

근대 서양 목조건축 기술이 적용된 원주의 반곡역 

눈이 내려서일까. 그렇게 진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도 흰색으로 인해 진하게 보일 때가 있다. 봄이 되면 더 아름다운 곳이지만 겨울에도 아름다운 역사가 원주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원주혁신도시가 자리하면서 산속 깊은 느낌이 덜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산속 깊은 곳에 터널이 하나 뚫리게 된다. 철도는 알다시피 고저 차가 적어야 한다. 그렇지만 원주의 반곡역이 자리한 곳은 고저차가 있어서 산을 한 바퀴 크게 돌아가면서 고도를 높이는 루프식 터널이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은 원주의 반곡역이라는 폐역이다. 일제 강점기 말 소규모 지방 역사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으며, 근대기에 수입된 서양 목조건축 기술을 적용하여 지어진 건물이다.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임이 고려되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2007년부터 여객취급이 중지되었으나 이 역 인근에 강원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출·퇴근 수요에 따라 2014년 8월 18일부터 상, 하행 2회의 무궁화호가 다시 정차하기도 했지만 2021년에 폐역이 되었다. 

반곡역의 역사는 대합실과 역무실 돌출부등의 위에 박공지붕이 얹어져 있으면 간이역 표준 설계 가운데 하나인 도르래 달린 쌍미닫이문 원형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은 북한군이 점령하였던 곳이라고 한다. 2005년 등록문화재 제165호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반곡역사로 사용되었던 건물은 반곡역 갤러리로 만들어져 있다. 반곡역에는 길아천철교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한국에서 가장 높은 철교이자 마지막 남은 철탑교량이라고 한다. 

반곡역의 주변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봄이면 아름답게 보일 벚나무와 가을이면 황금색으로 빛이 날 은행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봄과 가을에 찾아가면 좋을만한 모습을 보여줄 듯하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로로 나가본다. 원주는 도심형 힐링 관광도시를 지향하는데 지역 고유의 자산을 관광자원화하여 지역 실물경제와 연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곳에서 청량리까지 갈 수 있고 안동과 강릉까지 갔던 옛날이 있었다. 아직은 본격적인 활성화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반곡역에서 금대리 구간을 높은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루프식 터널인 똬리굴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환상적인 빛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스타일의 전차는 부산에서 본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긴 구간이 아니라면 이런 열차를 타고 하는 여행을 해보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 

벌써 해가 넘어가서 걸어온 눈길을 드리우듯이 비추어주고 있다. 마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오솔길처럼 보인다. 우리는 때론 길을 찾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헤매기도 한다. 노을 지는 무렵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다. 누가말했듯이 진정한 발견의 항해는 새로운 경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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