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아카이빙하고 메모리 해보는 5호 관사
아무리 행복한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적응하고 나면 평범해져 버린다. 인간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무엇을 하든 처음만큼 행복하지 않는다. 변화와 조정, 적응을 거치면서 더 많은 것을 갈망하는데 무작정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경험치를 적당하게 조정하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경험만으로 자신을 지탱하려 애쓰는 것은 결국 행복 좇기를 하는 것이다.
소소한 변화 봄을 보기 위해 테미오래로 발길을 해보았다. 테미오래 5호 관사는 테미메모리로 2022년 테미오래에 살았던 인물(심대평 전 도지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관사의 주택으로써의 기억을 아카이빙 하고자 기획된 공간이라고 한다.
편안함만을 추구할 때 인생에서 놓치는 것들도 많다. 사실 사람의 뇌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할 수가 없다. 미지의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것만이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제 곧 4월이 시작이 되면 테미와 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때는 더 화사한 꽃들이 이곳을 채우고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을 정도에 이르러서야 변화를 추구한다. 그렇지만 그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기에 바람직한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오래되었지만 새롭게 단장된 집은 지금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대전에서 가장 근대적인 느낌을 받으면서 여행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테미오래를 가볼 것을 권할 듯하다.
모든 가구들은 그냥 보기 좋게 갖추어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했던 것들이라 앉아 볼 수도 있고 잠시 머물러 볼 수도 있다. 열정은 애착에서 탄생하고 논리는 애착을 중화한다고 한다.
관사에서 거주하는 시간은 업무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도지사의 관사는 사랑방과 같은 역할도 한다. 이곳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회의도 했었다.
일본식 집의 구조는 한국의 집들과 좀 다르다. 완전한 서양식도 아닌데 독특한 자산이 이곳에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열정이 결여된 곳에서 열정을 추구하고 열정적인 관계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일본에서 중산층 가구가 사는 집은 방중에 다다미가 깔린 방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다다미가 깔린 방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인들의 정서가 중심이 되는 방에 있다.
삶의 형태에 따라 집을 지을 공간의 형태가 결정되기도 하는데 공간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인류의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기억을 아카이빙하고 메모리 해보는 5호 관사에서 목적이 잇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주거의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게 된다. 주거의 형태가 단순화될수록 사람은 빠지고 돈만 남게 된다. 옛날에 단독주택이 대부분의 주거형태일 때는 지금처럼 가격으로 표준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주거가 있지만 너무나 단순화하면서 행복의 밀도가 더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