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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의 스승

구봉 송익필을 주향으로 모신휴정 서원

누군가에게는 스승이 있고 그 스승은 다시 제자에게로 이어지고 그 제자는 누군가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살아 있는 존재가 없더라도 책에서 배우고 그 흔적을 찾아가면서 배우는 것이 인생이다. 살아생전에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논산을 대표하는 서원이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돈암서원에 모셔진 사계 김장생에게도 구봉 송익필이라는 스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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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년(숙종 25)에 지방유림의 공의로 유무(柳懋)·유문원(柳文遠)·이항길(李恒吉)·김정망(金廷望)·권수(權�)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신 곳이 휴정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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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91년(고종 8)에 훼철된 뒤 복원하지 못하였다가 1919년에 세웠지만 현재 논산 출렁다리가 만들어진 탑정호가 만들어지면서 수몰되면서 고정산아래에 단소만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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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규모의 건물이지만 경내의 건물로는 3칸의 사우(祠宇), 중앙의 신문(神門)과 양옆에 협문(夾門)으로 된 삼문(三門)등이 있다. 현재의 휴정서원은 1985년 복원하고 송익필(宋翼弼)·김공휘(金公輝)·김현(金顯)·김상연(金尙埏)·김진일(金鎭一)·김우택(金禹澤)을 추가 배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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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구봉 송익필이다. 송익필에게도 배운 김장생은 그의 벗인 율곡 이이의 수제자였다고 한다. 김장생에게 영향을 준 예학은 송시열, 윤선거, 송준길에게도 계승된다. 김장생은 먼저 혼자서 수없이 읽어보고 깨달은 바가 있는 뒤에야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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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맘때면 습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땀이 절로 난다. 이곳에 주향으로 모셔졌지만 구봉 송익필은 충청남도 당진 면천에서 아들과 수제자였던 사계 김장생, 다른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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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공간이지만 꽃이 피어 있어서 에너지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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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정 서원은 조만간 단청을 새로 칠해야 할 듯하다. 오래되어 보여 고풍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목재는 꾸준하게 관리를 해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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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정호 출렁다리가 정식 오픈하게 되면 탑정호를 따라서 조성된 수변데크길을 중심으로 탑정호 수변생태공원↔휴정 서원↔조정서원까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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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 송익필은 당대의 유학자라는 우계 성혼이 자신의 문장이 본래 졸렬하다면서 가르침을 청한 사람이기도 하다. 한참 때에 송익필은 선조를 알현한 적이 있는데 그 눈빛에서 뿜어 나오는 기가 너무나 위협적이고 압도적이어서 사람의 눈빛이 아니라고도 했다. 숨은골(隱谷)이라 하여 크게 숨어 있는 곳이란 뜻인 마을에서 태어난 송익필은 평생을 숨어 살다 결국 죽을 때도 숨은골에서 죽었지만 그의 혼과 생각은 사계 김장생에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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