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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0. 2021

부여역사 산책

지석리 성지와 팔충사

여행이란 감정의 결이 촘촘하게 만들어주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가서 이곳을 왔다는 인증숏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해보는 것은 그 공간과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을 규정짓지 않고 상대방도 자신과 똑같은 가치와 존재로 대하는 것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금일 소수의 친족들이 참석한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서울의 유명 호텔이었는데 1인분에 10만 원이 넘는 코스요리와 함께 진행되었다. 한국사람들은 음주문화에 대해 많은 왜곡이 있다. 술을 축내고 과시하는데 열중한다. 그런 사람 중에 감정의 결이 촘촘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부여에도 성지가 있는지 몰랐는데 우연하게 지나가는 길에 지석리 성지라는 곳을 볼 수 있었다. 충남의 천주교는 한국 천주교의 태동과 전파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다. 여행을 음식과 비교하면 이렇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입맛이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일 수밖에 없다. 아무거도 맛있거나 고기나 해산물, 밥, 탕등만을 좋아한다면 요리를 잘하기가 어렵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곳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새롭게 생각의 결이 하나 더 생길 수 있다. 

요즘은 너무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금방 흐르기 시작한다. 한국 천주교의 4대 박해를 모두 겪으면서 순교자가 없었던 마을이 없었던 이유로 많은 성지가 조성돼 있는데 부여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저곳은 쉼터처럼 보이는데 태양이 너무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쉬기에는 좀 불편해 보였다. 그늘막이 잘 설치된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남에만  천안 성거산 성지, 아산 공세리 성당, 남방재 성지, 당진 솔뫼·신리·원머리 성지, 합덕성당, 서산 해미 순교성지,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 공주 수리치골 성지, 황새바위 순교성지, 예산 배나드리·여사울 성지, 홍성 홍주성지, 서천 산막골 성지, 금산 진산 성지, 부여 지석리 성지, 청양 다락골 성지 등이 있다. 

지석리 성지에서 옆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팔충사가 나온다. 부여의 낙화암이 있는 곳에 가면 삼충신인 계백, 흥수, 성충을 모신 사당이 있는데  이곳은 거기에 복신, 동침, 혜오화상, 곡나진수, 억례복유를 합쳐 백제의 팔충신과 서기 660년 7월 황산벌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항전한 백제 오천결사대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팔충사를 보기 위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갑자기 개가 옆에서 나온다. 묶여 있지는 않았는데 발자국 소리가 나니까 궁금했던 모양이다. 

팔풍제 제순은 계백장군이 출생하여 학문과 무예를 연마했다는 천등산 정상에서 고천제를 올리고 칠선녀가 쑥으로 만든 홰에 채화하여 팔충사로 봉송, 성화단에 점화한 후 지역 주민이 참여하여 제를 올린다고 한다. 이곳에서 계백과 오천결사대가 훈련, 출전을 결의했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다. 

천주교 성지와 백제의 혼을 담았다는 팔충사가 거의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조금은 독특해 보이는 곳이다. 이곳의 역사 산책은 부여 농촌의 역사길이었다. 재미있는 것, 의미 있는 것, 가치 있는 것은 공통점이 있다. 지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것은 지속성이 없다. 그냥 그 순간에 끝나고 만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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