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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2. 2021

작은 소우주

한 여름의 백운산 고심사

음성군 삼성면에 자리한 고심사라는 사찰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높은 마음의 사찰이다. 높은 마음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러고 보니 조선시대의 사람이 지은 산문집 '낮은 자리 높은 마음'이라는 책이 있다. 정조ㆍ순조 연간에 활동한 문인 학자인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이 주인공이다. 훌륭한 덕과 재주를 지니고도 신분적 처지로 인해 인멸될 처지에 놓인 하층민들의 자취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연꽃 이슬과 눈 녹은 물이 가장 가볍다고 하는데 고심사에 작은 돌 웅덩이에 꽃이 피어 있으니 이것이 가장 가벼운 것이 아닐까. 

백운산 자락의 고심사까지 올라와보았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그냥 무지 더웠다. 이곳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물도 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사찰에서 나오는 물은 유독 맛이 좋게 느껴진다. 성해용은 산속에 오래 거처하면서 사계절 동안 흐드러지게 피어 만발한 초목의 꽃들과 잡초 무성한 밭도랑 등 한적함이 넘쳐흐르는 풍광을 보았다다고 한다. 

비록 낮은 자리에 있어서 높은 마음을 가진다면 풍족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름의 고심사라고 생각해본다.  백운이라 부르면 유가(儒家)가 흥성할 것이라 하여 양자의 명칭을 모두 사용하였던 공간에 자리한 고심사는 낮은 자리 높은 마음을 지향하고 있다. 

요즘은 이제 일상이 평범함이 아니라 특별함이 되어가고 있다. 고심사에 서 있는 승려처럼 자신 스스로를 고난 속으로 밀어 넣지 않아도 그런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다. 

짙은 녹음으로 가득 찬 연못이 고심사의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고심사가 자리한 음성의 백운산(白雲山)[345m]은 삼성면 소재인 덕정리의 서쪽 약 4㎞ 지점인 용성리 서쪽에서 상곡리와 경기도 안성시와 도계를 이루고 있는 경계에 있는 산이다. 

꽃양귀비는 언제까지 피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지난 5월에 보고 아직까지 피어 있는 꽃양귀비를 적지 않게 본다. 


높은 곳에 있던 물은 절로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것이 법칙이다. 거꾸로 올라가는 물은 없다. 가져온 물통에 물을 담아서 한 모금 마셔본다. 

이 작은 공간에 담긴 물과 그 위에서 피어난 꽃들은 마치 사람처럼 보인다. 서양철학에서 소우주 관념이 나타난 시기는 소크라테스 시대였는데 인간의 육체가, 자신의 영혼이 생명을 불어넣은 축소판 우주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저 작은 공간에서도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높은 마음처럼 행복함을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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