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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6. 2021

일락사 (日樂寺)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채우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사람의 시각을 좁게 만든다. 이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때면 자신을 조금 더 멀리서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보통 하루는 매일 시작이 된다. 날 일이라는 한자는 해 일이기도 한데 떠오르는 해를 형상하여 만든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처럼 하루의 즐거움이 있다는 서산 해미에 자리한 일락사를 찾아가 보았다. 지금은 일락사로 부르고 있는데 조선 초기까지 일악사(日岳寺)라고 불리던 사찰이다. 

 663년(문무왕 3)에 의현(義賢)이 창건하였으며, 조선 초기까지는 일악사(日岳寺)라고 불렀던 이 사찰의 지금 모습은 조선 초기에 중창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무왕대에 창건했다는 사찰은 오래간만에 본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감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이 문무왕의 능이 있어 조금은 독특했던 기억이 난다. 

산세가 남다른 곳에 자리한 일락사는 여름에 찾아가기 좋은 곳이지만 요즘 같이 온도가 35도를 넘나들 때면 물이나 일사병에 대한 준비도 필요할 듯하다. 

예전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3호로 지정된 대웅전이 있었다고 하는데 대전에서 EXPO가 열린 해인 1993년에 해체 이건 되어 현재는 미타전으로 사용하고 있고, 옛 자리에 지금의 대적광전이 들어서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채운다는 의미는 많은 것을 보아야 조금씩 마음의 빈구석이 채워진다는 의미다. 성호 이익선생은 젊어서 무척 가난했다고 하는데 1년에 12석에 불과하던 소출이 만년에는 60석까지 늘렸다고 한다. 꾸준한 마음이 없이 일확천금을 꿈꾸다 보면 멀지 않은 시간에 막 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 

일락사의 중심이 되는 건물은 대적광전이다. 보통 사찰의 중심은 대웅전인데 부처님이 아닌 비로자나불인데 건물 내에 비로자나불을 모신 곳은 반드시 대웅전이 아닌 '광' 자가 붙은 '대광적전' 같이 부르고 있다. 

가장 오래된 흔적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일락사 3층 석탑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탑이라고 한다. 

백제시대나 통일신라시대의 석탑과 달리 고려시대는 무언가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소탈하다. 고려시대의 중심이었으며 전국에 많은 석탑이 만들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고려시대의 석탑은 조형미가 좀 특이하다. 

비로자나불은 부처님의 육신이 아닌 진리의 모습으로 보통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광명(光明)의 부처로 깨달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로나자불의 광명과 해 일과는 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사찰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생이 고정되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일락산은 주봉인 가야봉(677.6m)을 중심으로 원효봉(677m), 옥양봉(621.4m), 일락산(521.4m), 수정봉(453m), 상왕산(307.2m)등의 봉우리가 연결된다.


"이 세상의 만물의 경이로움을 보라. 하지만 만물 가운데 인간만큼 경이로운 존재가 또 있으랴!." 

- 안티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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