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2030

현실과 정체성

그녀는 이 상황을 염려해서 그에게 메타 휴먼 이오타(iota)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했지만 그의 부모님은 보수적이라서 그런 결혼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은 꾸며진 감정이라고 생각한 것이 기억이 안 날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집을 구하고 각종 결혼비용에 들어간 매몰비용이 아까웠을 뿐이다. 충분히 메타 휴먼 이오타(iota)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가끔 현실과 정체성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때가 있었다.


그녀는 식장을 빠져나와 메타 휴먼 이오타에 접속하기 위해 캡슐 튜브로 들어갔다. 접속하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간의 제약이 없지만 들어갈 수 있는 메타 휴먼 월드에는 차이가 있었다. 튜닝이 잘되어 있고 맵핑이 계속 업데이트되는 곳에는 일종의 보증금이 있는데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어 시간이 지나면 돈은 조금씩 줄어든다. 2020년대 초반에 상장된 온라인 뱅크들이 그 사업에서 적지 않은 이윤을 내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간 세계는 딱 중간쯤 되는 그런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다. 사실 이 세계가 삶을 편하게 해 주었다. 의료서비스도 자신의 DNA만 증명되면 조합된 약을 자신이 있는 곳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오래된 긴자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곳은 오래되어 쇠퇴해버린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메모리의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의 접속이 가끔씩 끊기기도 했다.


"지연아. 너 여기 어쩐 일이야? 결혼식 아니었어?" 길을 걷다가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연경이가 서 있었다.

"아~ 그냥 안 하려고 뛰어나왔어."

"왜? 나름 준비 많이 했잖아."

"사랑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고 우선 내가 이오타에 보증금을 낸 사실도 그 사람은 몰라."

"그래서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한 거였구나. 그럼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모르겠어. 어떻게 되겠지. 그쪽 부모님은 이 세계에 돈을 들이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안 좋아해. 공간에 제약이 없잖아. 당장 너도 현실은 서울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 있잖아. 이렇게 좋은 세상이 어디 있어."

"너도 현실과 정체성이 혼란이 오나보다. 어쩌면 남자 친구인 지혁 오빠도 그런지도 몰라."

"나랑 다르게 너는 사랑에 대해 믿음이랄까 신념 같은 것이 있잖아."

"그렇긴 한데 요즘 오빠를 보면 사람이 아예 달라진 느낌이야. 아무튼 니 이야기를 들으니 위로를 해줘야 하는지 괜찮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둘은 긴자 거리에서 나와서 음식거리로 유명한 곳으로 이동을 했다. 튜브 터널을 이용해서 이동하니 오사카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냥 순간이동 같은 것을 하면 되겠지만 현실과 상당히 유사한 환경으로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공간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할 수는 있었다. 대신 각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한 음식만 주문이 가능했다. 그녀는 닭의 다리 부위에 감자를 으깨 넣은 치킨 가라아게를 주문했고 자신은 라멘을 주문했다. 결제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뱅크의 보증금에서 결제가 되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연경이는 라멘 위에 앉아진 푹 삶아진 고기를 한 점 먹으면서 물었다.

"모르겠어. 아직 어리잖아. 그냥 이렇게 살다 보면 또 길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은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그래."

"인생은 타이밍이라... 그런 말이 있잖아. 일본에서는 에도 사람은 하룻밤을 넘긴 돈은 지니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에도 사람이 언제 적 사람이야. ㅎㅎ 메타 휴먼 시대에 말이야."

"여기서도 돈 쓰잖아. 다를게 뭐가 그렇게 있어."


고소하고 아삭한 치킨 가라아케를 연신 감탄하면서 먹는 지연을 보며서 연경은 그녀의 말처럼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좋은 메타 휴먼으로 들어가려면 보증금도 커야 한다. 그곳에 가면 거주비용도 많이 들지만 기회도 많다.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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