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삶의 마침표, 쉼표

찻사발

그녀에게는 모처럼 한가한 주말이었다. 신기하게 이곳에서는 아침에 새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다양한 모습을 가진 새들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져서 마치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새소리에 깬 그녀는 거실로 나와서 누워보았다. 마당을 자세히 보니 오빠가 나름 손질을 한 것이 보였다. 잡초는 대부분 정리가 되어 있고 노란색, 빨간색의 장미꽃이 한편에 심어져 있었고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보라색의 꽃이 가지런하게 피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문득 오빠가 집에 있는지 궁금했다.


"오빠. 있어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혹시 일어나지 않았을까 해서 방문을 가서 두드려보고 소리가 없자 열어보았는데 방안에는 이불만이 가지런하게 개어져서 한편에 있었다. 참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다시 문을 닫고 나와서 마루에 앉았다. 꽃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작은 고양이가 대문 안으로 들어와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되었을까 한참을 서로 쳐다보다가 고양이는 무심한 듯이 다시 자기가 들어왔던 대문으로 빠져나갔다. 고양이가 나가고 나서 오빠가 들어왔다.


"일찍 일어났네. 조금 더 자지 그랬어. 오늘 학교 안 가는 날 아냐?"

"맞아요. 그런데 그냥 깨었어요."

그의 손에는 검은색의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는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 가서 검은 봉투에 있던 것을 꺼내서 씻기 시작했다. 봉투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자두였다. 빨간색이 너무 짙어서 검게까지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자두였다. 자두를 몇 개 먼저 씻은 그는 일어나서 그녀에게 그 자두를 건네주었다. 자두는 약간 시면서도 달콤한 맛이 베어든 그런 맛이었다. 식감도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들었다.

"이 자두는 어디서 산거예요?"

"오늘 문경읍에 장이 섰는데 거기서 사 온 거야."

"정말 맛있어요. 태어나서 먹어본 자두 중에 가장 맛있었어요."

기석은 그녀의 말에 자두를 깨끗이 씻고 그릇에 담아놓은 자두 하나를 먹기 시작했다. 이곳에 살면서 과일은 자주 먹는 편이었다. 그냥 이곳 주변을 마실 나가듯이 산책하다가 장이 서면 계절과일을 사서 먹었다. TV에서 대형마트나 스마트폰 등을 통한 주문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둘은 그냥 마루에 앉아서 자두를 먹으면서 문경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있었는데 어떤 구름은 동물을 닮은 것도 같았고 어떤 구름은 사과를 닮은 것처럼 보였다.


"오빠 오늘 혹시 도자기 굽는 곳에 가볼 수 있어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왜? 도자기 굽는 곳이 보고 싶어 졌어?"

"이곳에 와서 처음 만난 친구의 부모님이 찻사발과 같은 도자기를 구우면서 살고 있대요. 그래서 한 번 가본다고 했는데 말 나온 김에 그냥 오늘 가볼까 해서요."

"뭐 오늘 농장은 안 가도 될 것 같고 상관은 없어."

그의 말이 끝나자 지영은 은경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그녀도 이날 어디를 가는 일정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부모님도 볼 겸 오빠도 소개해줄 겸 가보기로 했다. 은경이가 말해준 주소를 보았다니 집에서 10km쯤 떨어져 있었다. 걸어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오빠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오빠에게 사용하지 않은 여분의 헬멧이 있었다. 모양도 이상하고 마치 독일군이 쓰고 다녔을 그런 모양의 헬멧이었다. 둘은 아침식사를 하고 그녀의 부모가 있는 요장으로 출발했다.


그의 허리를 엄청 숙여타는 그런 멋스러운 오토바이는 아니었지만 참 안정적인 느낌의 오토바이였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녀도 오빠의 허리에서 손을 떼고 바람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런데 무척이나 불안했다. 오빠는 오토바이를 참 안정적이고 일정한 속도로 끌어갔다. 도시에서 보던 무차별적인 속도를 즐기던 그런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가 없었다. 가는 길에 이따금씩 서서 이곳에 대한 이야기도 말해주었다. 견훤이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역사책에서 몇 줄 읽었던 사람이 왜 이곳에 태어났을까란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역시 탈 것을 타고 가니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연락을 받았는지 요장에 도착하자 부모님과 은경이가 같이 나와서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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