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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30. 2021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

자연 취락 마을 장동

개인적으로 청포도하면 먹는 청포도보다는 문학인 이육사의 청포도가 먼저 연상이 된다. 청포를 입고 찾아온 손님을 맞아 손이 흠뻑 젖도록 포도를 먹으리라던 시기는 7월이라지만 8월까지 먹어볼 수 있다. 이 청포도에 대한 시를 대덕구 장동의 옛 마을을 거닐다가 우연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좋은 시절은 바로 지금이다. 옛날 일을 꺼내서 무엇하겠는가. 

좋은 날이긴 하다. 너무 좋아서 해를 쳐다보기가 쉽지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장동은 옛날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왔던 마을의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학교 다닐 때 장동에 다니던 애들은 무언가 분위기가 달랐다. 미군들을 많이 보아서였을까. 

미군들이 이곳에 주둔했을 때는 미군들이 쓰던 돈에 의해 마을은 많이 활성화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제는 마을 색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 건물은 아마도 옛날에 숙박공간으로 쓰였던 곳으로 보인다. 지금은 비어 있지만 나중에 공동체 공간으로 활용해도 괜찮은 곳이다. 대신 일부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냇가로 물이 흘러가고 이 주변으로 새로 생긴 마을인 새뜸,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진골, 이상하게 생긴 산 아래 있다고 해서 요골, 삿갓봉에서 내려오는 냇가가 있는 샛골 마을, 그래도 많이 알려져 있는 산디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부대는 남아 있는데 탄약창 기능을 하는 부대로 보인다. 탄약창은 원래 많은 군인들이 주둔하지 않는다. 전투부대나 공병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평화로운 농촌마을이라는 진골 마을에 도달했다. 골자끼가 긴 곳에 있는 마을이라서 긴골 또는 장동이라고 한다. 진골은 은진 송 씨 송창공파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이곳 버스 정류장에서 이육사의 청포도를 만나게 되었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평화로운 삶의 세계가 다가오는 그리움을 의미한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이육사 - 청포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농민의 삶의 터전인 농촌은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우리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옆에는 오래된 비도 세워져 있다. 최근 대덕구 장동 문화공원이 국토교통부 주관 ‘2022년도 개발제한구역 내 생활공원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8억 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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