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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30. 2021

물의 온도

7월마지막 날에도쫓아온 더위

빼어나게 우뚝 솟은 푸른 봉우리와 그 봉우리의 사이로 흘러서 내려오는 골짜기의 물은 자연이 사람의 삶 전체 속으로 들어온다는 말에 적당한 맛이기도 하다. 여름 산은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진다는 표현도 있지만 그렇게 되는 이유는 더위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중한 것은 없었을 때 혹은 필요한 때 느껴지게 된다. 자연은 스스로의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라고 한다. 

대전 대덕구에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계곡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 계족산뿐이 없다. 다른 곳에도 물이 흐르지만 맑은 물이 아니라서 발을 담그고 있기에는 꺼려진다. 대전은 서울과 수도권, 인천을 제외하고 가장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도시이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진산들은 다수가 풍수적 주산(主山) 혹은 조산(祖山)을 중심으로 하는 읍기(邑基) 배후의 산으로 계족산은 봉황산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기운이 남다른 산으로 도심에 있는 산중에 으뜸이라고 부를만한 곳이다. 

계족산 장동 산림욕장에서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흘러내려오는 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물을 만날 것인지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있는 산디마을 캠핑장에서 냇가를 만날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황톳길이 깔려 있는 장동 산림욕장의 황톳길의 길이는 장동삼림욕장에 임도삼거리까지 14.5km에 달한다. 해발 200~300m 높이 완만한 길이라 걷기에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한국관광 100선’, ‘5월에 꼭 가 볼 만한 곳’에 꼽혔지만 이날은 그냥 냇가를 만나보고 싶었다. 

장동산림욕장에서 위쪽으로 더 올라오면 산디마을 캠핑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그늘이 있는 계곡으로 접근이 쉬운 곳이다. 

캠핑장의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등산로가 있고 징검다리가 있다. 맑은 물이 위에서 흘러내려고 있다. 

계족산의 다양한 수목이 자라는 생태계의 보고로 낙엽송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를 호젓하게 걸으며 언택트로 힐링하기 좋지만 바닥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계곡 물. 속에서 송사리나 혹시 쉬리 같은 다른 물고기가 보이는지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도 좋다. 

가만히 흘러가는 물소리만 들어본다. 어릴 때는 이렇게 흘러가는 물을 막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다시 막아놓은 작은 댐을 무너트리고 다시 쌓고 하는 재미에 하루가 가는 줄 몰랐었다.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캠핑을 온 사람들도 보인다. 일찍이 이곳에 와서 주말까지 지낼 모양이다. 여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지만 코로나19라는 큰 변수가 있으니 그것만 고려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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