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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1. 2021

역사로 떠나는꽃 여행

동춘당공원에 핀 다양한 꽃들

이날 따라 동춘당공원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로 떠나는 꽃 여행을 고즈넉하게 해 볼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인류는 특별한 시공간에 한정된 우주라고 부르는 전체의 부분이라고 했다. 인간은 자신을 전체와 분리된 듯이 느끼는 것은 환상이며 그 틀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체와 전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싸도록 의식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여름에 동춘당공원의 색은 참 다양했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으로 꽃봉오리는 금은화, 과실은 은화자인 인동꽃,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의 도라지꽃, 여름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연꽃, 예민하여 꽃말이 처녀의 꿈이라는 수국, 맑고 향기로운 바람결에 움직이는 능소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무궁화 꽃도 있지만 이날의 동춘당공원의 주인공은 사랑하면 보이고 사랑하면 어디에도 함께 간다는 배롱나무꽃이었다. 

주변을 돌아봐도 비가 온다는 소식 때문인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낮시간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조용하기만 했다. 거리두기를 안 해서 좋기는 하지만 대신에 꽃이 대신 친구가 되어주었다. 

이곳에는 작은 꽃인 벌개미취도 많이 피어 있었다. 6월에서 10월까지 연한 자주색과 연한 보라색의 꽃이 피어 열매는 11월에 열리는 벌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한다. 

배롱나무가 가장 많이 심어져 있는 곳은 바로 김호연재의 집 앞이라는 것이 우연일까. 시를 썼던 김호연재와 배롱나무는 잘 어울려 보인다. 여름에 붉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잡귀를 쫒는다는 목백일홍이라고 한다. 나무 백일홍인 목백일홍을 동래 정 씨 문중에 심은 지도 900여 년 전이다.

시인 김호연재의 집 앞에는 백일홍이 모두 만개하듯이 피어 있었다. 여러 가지 색의 백일홍이 있지만 붉은색에 가까운 백일홍이 가장 이쁘다. 

벌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서 강원도 이남의 산과 들에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 자생식물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꼿이다.

배롱나무 가지의 아래로 김호연재의 시가 보인다. 

긴 세월 동안 사람살이를 풍요롭고 아름답게 이루기 위해 애써 지켜낸 결과는 나무나 사람에게 똑같이 가치를 부여해준다. 여름부터 피어나 초가을까지 무려 백일 넘게 꽃을 피우는 나무여서 ‘백일홍 나무’라고 부르다가 ‘배롱나무’라는 예쁜 이름을 갖게 된 나무 아래에 잠시 서본다. 

동춘당 공원은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땅이 젖기 시작했다. 시간은 지났지만 고택의 여유로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제는 역사로 떠나는 꽃 여행을 통해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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