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부인 정절사
“백제 사람 도미(都彌)의 아내는 용모가 아름답고 절개가 곧기로 이름 높았다. 백제 4대 개루왕(재위 128∼166년·21대 개로왕이라는 설도 있음)이 도미의 아내를 탐하자, 그녀는 계집종을 단장시켜 대신 왕을 모시게 했다. 뒤늦게 알고 분노한 왕이 도미의 두 눈을 멀게 하고 작은 배에 태워 멀리 쫓아버렸다. 왕의 눈을 피해 나루터로 달아난 도미부인이 서럽게 통곡하자 배 한 척이 뭍에 닿았다.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다시 만나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
주만 : 꼭 이렇게 추운날 거길 가야 하는 거야? 보드타러 가자니까. 도미? 무슨 물고기 이름도 아니고 광어부인 사당도 있겠네.
소희 : 그만 투덜대고 도로가 미끄러우니까 운전이나 조심이 해.
수진 : 주말에 두 곳은 가기로 했잖아.
성현 : 그런데 니네들은 몇 살에 결혼하고 싶어?
진수 : 그건 갑자기 왜? 난 생각해본 적 없어. 난 30중반 넘어서 하고 싶어.
수진 : 좀 늦은 나이 아닌가? 한국 초혼 연령이 남자가 32.4세이고 여자는 29.8세라는데..
진수 : 난 빠르고 늦은 것은 개인적인 차이지 비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소희 : 나도 진수의견에 동의
주만 : 난 소희가 결혼하자고 하면 콜
소희 : 웃기고 있네.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김치국부터 마시기는. 주만이는 전형적인 남성캐릭터이기 때문에 나랑은 안 맞아. 여성은 남성에게 귀속되는 존재가 아니거든?
"남성은 인간으로 규정되고 여성은 여자로 규정된다." - 시몬 드 보부아르 (1908 ~ 1986)
주만 : 또 어려운 말 한다. 왜 아리스토텔레스도 언급하시지.
소희 : 아리스토텔레스도 어떤 의미에서는 남성 우월주의자였지.
"여자는 특정 자질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여자다." - 아리스토 텔레스
주만 : 아리스토텔레스가 맞는말 했네. 여자랑 남자랑 어떻게 같어.
성현 : 애들아 나는 그거 때문에 물어본 거 아니야. 괜히 말싸움 하고 있어. 오늘 가는 곳이 도미부인 사당이잖아. 도미부인 말하면 여자 정조의 상징이거든 그래서 물어 본거야. 결혼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보면 돈을 얼마나 주면 자신의 부인을 다른 남자에게 줄 수 있냐는 거야.
진수 : 정상적인 남자라면 돈이 중요할까? 그렇게 지불 할 사람도 없을거고.
수진 : 그래도 생각은 해볼 수 있겠네. 영화에서도 나온 적 있잖아. 데미무어 주연의 영화 "은밀한유혹"에서처럼 말이야.
소희 : 나도 봤어. 돈이 무척 궁한 부부에게 백만장자가 부인과 하룻밤을 보내는 대가로 1백만 달러를 준다는 스토리잖아.
주만 : 솔직히 심각하게 고민되겠는데.
수진 : 슬슬 주만이의 진심이 나오고 있어.
주만 : 니네들 생각해봐 정말 힘든데 고민 안하겠냐?
성현 : 사람들이 고민은 되지만 그걸 대놓고 말하지는 못 할거야.
소희 : 난 그렇다면 바로 이혼할거야.
진수 : 애들아 다온 것 같은데
수진 : 눈이 쌓여서 조심히 올라가야겠다.
주만 : 난 그냥 차에 있으면 안되나. 아이젠을 신고 온 것도 아니고 저 눈길을 올라가라고? 난 여기서 도미부인 솔바람길을 보면서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소희 : 주만아 가자.
진수 : 생각보다 춥네 눈도 많이 쌓여 있고
성현 : 여기서 30분 정도 올라가야 해.
소희 : 눈도 쌓여 있고 이쁘네. 주만아 이곳이 스키장이라고 생각해.
주만 : 이럴줄 알았으면 보드라도 들고올걸. 그래 도미부인 이야기가 뭔데?
수진 : 백제 제4대 개루왕 때의 이야기야. 도미라는 사람의 부인이 너무 아름다워서 궁인으로 삼으려고 했었는데 도미부인이 기지를 발휘해 그 위기를 모면했는데 오히려 도미는 속인죄로 인해 눈이 뽑히고 섬에 갔는데 부인이 쫓아가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야.
주만 : 미끄러워 죽겠네. 그럼 개루왕이 나쁜놈이네.
성현 : 도미부인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 것을 보면 완전히 없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조금 과장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네. 기록에 보면 기루왕의 아들인 개루왕은 품행이 방정하다고 알려져 있었거든.
수진 : 나도 그건 본 적이 있어. 어쨌든 왕하고 연결된 것은 맞는 거 같아. 어라하를 능멸한 괘씸죄에 걸려 일벌백계 사례로 된 것이 아닐까?
주만 : 그런데 아까는 개루왕이라더니 어라하는 또 뭐야.
소희 : 어라하는 백제의 왕을 달리 이르는 호칭이야. 그것도 모르냐.
진수 : 주만이라면 모를수도 있지.
주만 : 어째 나만 바보되는 것 같아. 그런데 왜 이렇게 춥냐. 이 산의 고도가 높은 거 아냐? 산소함량이 너무 낮은 것 같아. 어지럽고 시력이 저하 되는것 같아. 너희들은 메스껍지 않아?
진수 : 주만아~ 이 산은 저산소증을 겪을만한 에베레스트 같은 산이 아니야.
주만 : 아니야 혈중 산호 함유량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공기 중에 산소가 너무 적어서 공기에서 산소를 얻는 것이 아니라 산소를 잃고 있는 것 같아.
소희 : 엄살좀 그만 피고 다왔으니까 올라가자.
성현 : 그런데 내가 왕이라면 아주 조금은 욕심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강제적인 방법 말고 설득을 하는 거지.
수진 : 남자들이란..이쁜 여자만 보면 좋아하기는. 유교가 자리 잡은 조선시대에는 좋은 사례가 되긴 했을 것 같아. 용모가 아름답고 절개가 있는 여성이 최고 권력자 왕의 청을 뿌리치고 눈까지 멀은 남편을 쫓아 고생고생하며 해로했다는 이야기잖아.
소희 : 난 반댈세. 전혀 아름다워보이지 않아. 뭐가 정절의 표상이고 아름다움의 상징이야. 여성만 정절을 강요하는 느낌이 든단 말이야. 하지만 그 시대라면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해.
성현 : 맞아 소희의 말처럼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기생이 아닌 여성이 정절을 해쳤을 경우 국가가 나서서 응징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어. 조선 세종대에 백성용 도덕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삼강행실도의 ‘열녀도’편에 도미부인정절 사례가 실리기도 했을 정도니까.
진수 : 역사사건을 지금의 관점으로 끌어온다는 것은 무리가 있긴 하지. 지금이 남녀관계가 이렇게 되었지만 미래에는 지금의 남녀관계가 어떻게 바뀔까 궁금할때가 있거든.
주만 : 드디어 왔다. 저기야? 도미부인이라고 쓰여져 있는곳?
수진 : 응 저곳이 도미부인 정절사야. 눈도 안녹아서 미끄럽네. 애들아 조심해
주만 : 자~ 봤으니까 내려가자.
소희 : 그런데 그런 정절관념에 대해서 불편해 했던 지식인도 있지 않았을까?
수진 : 응 있었어. 조선 후기에 와서는 조선 전기와 중기에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던 정절을 강조한 맹목적인 열녀에 대해 정약용, 박지원같은 지식인들이 비판하기도 했었으니까. 여성 역시 주체적인 결정권이 있다는 거지
성현 : 이곳은 보령시는 도미부인과 관련된 관광지를 개발하면서 1994년에 도미부인 사당인 ‘정절사(貞節祠)’를 세우고 2003년에는 경남 진해의 도미총을 보령으로 이장하여 도미부부 합장묘를 조성하면서 만든 거야.
진수 : 우리도 언젠가는 사회에 나가서 결혼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지만 원래 사회가 유지되기위해서는 최소한의 단위 공동체가 가족인건 사실이잖아.
소희 : 여기 서서 바라보니까 하얀 세상이네. 정말 이쁘다.
주만 : 와~ 이쁘다. 하얗네..그러니까 가자.
소희 :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에 의하면 사회적 전통에 대해 비판하고 집단적으로 이성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들의 능력에 따라 변화한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좀 의사소통하고 이성적으로 살자. 주만아 ~~
주만 : 왜 나한테 그래. 그냥 춥다고 그런건데.
수진 : 그래 소희말처럼 적어도 합리적인 비판과 이성적인 행동주체가 되자고.
진수 : 어렵네. 이성적인 행동주체...아! 누가 던진거야.
성현 : 이렇게 눈이 많이 쌓였는데 눈싸움 안하면 서운하잖아.
주만 : 아~ 차가워 누가 등에다가 눈을 넣은거야.
소희 : 이제 정신 좀 들지. ㅎㅎㅎ
수진 : 난 안할거야 나한테 던지지마. 아!
진수 : 너라고 빠질 수 있을 것 같냐.
아름답고 정조관념이 높아 칭찬이 자자한 도미부인의 소문을 들은 개로왕은 조미를 불러 이렇게 말한다.
"무릇 부인의 덕은 정조가 제일이라 하지만, 만약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유혹하면 어떤 여인이라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지만 제 아내는 정조를 지킬 것입니다."
왕은 도미부인을 시험할 목적으로 도미를 궁안에 머물게 하고 신하에게 왕의 옷을 입힌 뒤 도미의 집에가 이렇게 말하게 한다.
“네 남편인 도미가 나와 내기를 해 졌으니 너의 몸은 이제 나의 것이다.”(백제 왕)
"어라하께오서 말씀하시는데 제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사옵니까. 청컨대 어라하께오서 먼저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시면 제가 몸단장을 하고 들어가겠나이다."
도미부인은 자신의 하녀를 대신 단장시켜 가짜 왕의 수청을 들게 하는 꾀를 내었으나 속았다는 것을 안 왕은 그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도미의 두 눈을 뽑아 강물에 띄워 보낸다. 도미부인은 남편이 버려진 강가에 가 배를 타고 어느 섬에 이르니 남편이 있었다. 이에 도미부인은 도미와 평생을 같이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도미부인의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