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엘런 내가 듣고 싶어 할 노래를 틀어줘." 그의 말에 청소를 하던 로봇은 바퀴가 있는 부분의 앞이 일어섰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에밀리아 존스의 'Both Sides Now' 에요. 원래는 1969년에 발매된 조니 미첼의 'Clouds'에 수록된 노래지만 지금 경일님의 기분을 보니 2021년에 개봉한 영화에서 배우가 부른 노래입니다. 들어보실래요?"
"그래 알아서 틀어줘."
거실에 조용하게 앉아 있는 경일은 조용한 가운데 음악을 듣고 있었다. 구름과 사랑, 인생에는 두 얼굴이 있다는 그런 의미의 가사 속에 그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두 얼굴을 바롸봐야 할까. 감정의 변화가 질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녀의 문자가 끊임없이 거실의 곳곳의 홀로그램처럼 흘러 다녔다. 대부분 자신의 감정 변화라던가 사랑에 대한 확인이었다. 노래 속에서의 그녀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에 대한 감정이 샘솟는 느낌은 아니었다. 정말로 와닿는 가사는 구름이, 사랑이, 삶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60년도 넘는 시간 전에 노래를 불렀던 그녀는 과연 그걸 알았을까.
경일은 노래를 듣고 푸드 메이커로 만들어진 간단한 음식을 먹고 소파에 앉아서 메타 휴먼 이오타(iota)에 접속했다. 위의 단계인 오미크론(omicron)에도 접속할 수 있도록 보증금을 넣어두기는 했으나 그녀와 같이 걸었던 그 세상을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졌다. 연민이라던가 추억 같은 것은 아니었다. 약간은 덜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세계에 대한 아련함이랄까. 돈이 없을 때는 오미크론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 세상에서만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있기에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에 대한 귀환 같은 것이었다.
메타 휴먼 세상이지만 현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누군가는 좋은 자리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그냥 그곳에서 돈을 구걸하기도 했다. 그는 변화된 서울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제는 어떤 사람이 어느 곳에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압구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일본의 교토역으로 향했다. 비용은 실제 비용의 1/30 정도에 불과했지만 굳이 교토를 가지 않아도 그런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국적인 혹은 살고 있는 고소가 다른 풍광을 만끽하면서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여성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몰랐지만 대충은 알아들었다. 굳이 자신이 해석할 필요가 없었다.
"ジー にどのように行くか?(도지로 어떻게 가나요?)"
교토에서 그곳을 물어보는 것을 보니 이곳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에서 유명한 사찰로 목조탑이 있는 불교사원이었다.
"To get to Doji, turn right there and go up about 200 meters. (도지로 가려면 저곳에서 우측으로 돌아서 200미터쯤 올라가면 됩니다.)
영어를 익숙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아서 동남아보다는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처 없이 걸었던 그는 도지를 오래간만에 보기로 생각했다. 한국에도 목조로 만들어진 석탑이 참 많았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나무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이라고 하지만
백제인들이 더 많은 목탑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적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서 교토의 상징 같은 도지(東寺)라는 목탑 앞에 섰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나무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견뎌온 것에 대해 놀랍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지금 있는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오빠? 여긴 어쩐 일이야? 이오타에 접속 잘하지 않잖아."
익숙한 목소리에 경일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연경이가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그녀의 친구인 지연이가 같이 서 있었다.
"아 어쩌다 보니 여기에 왔어. 오미크론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접속해본 거야."
"그런데 내 전화를 왜 받지 않아?'
"그냥 할 말이 없어.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어떻게 나갈지도 몰라서 그냥 시간을 보낸 거야."
"그래서 소통은 해야 하지 않아. 사람과의 관계는 혼자 만의 것이 아니잖아. 자기의 기분에 의해 상대의 기분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