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2030

메타 휴먼 오메가

고급스러운 회의장에 모여있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마치 세상은 그들의 손에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정자와 난자를 기부받아서 일명 NG세대 법을 통과시킨 것도 그들이었다. 그들이 접속한 메타 휴먼 오메가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뱅크에 숫자로 표시된 자산의 규모 기준도 있지만 이사회에서 가입 자격을 심사해서 그 과정을 통과해야 했다. 학벌사회는 사라져 갔지만 이제 자본과 순혈주의에 의한 신계급사회가 도래하고 있었다.


"바이러스 전화는 지금 어떻게 되고 있어?"

마호가니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있던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정확한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20% 정도가 감염되었다는 질병관리청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스마트해 보이는 남자는 일어나서 그 남자의 물음에 답을 했다.

"그렇군. 그럼 메타 휴먼 오메가에 접속하는 것외에 백신은 없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이곳에 들어오게 되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활성화하는 파동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어차피 사람은 인공적으로 수정해서 만들면 되고 사랑이라던가 그런 감정을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사치에 불과할 뿐이야."

"결혼율도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랑이라던가 뭐 그런 감정들이 쓸데없이 사회 공정이라던가 민주주의 같은 것을 주장하게 되는 거야. 사람들은 그냥 큐브 박스 같은 곳에서 살면서 일을 하고 소소한 것에 만족하면서 살면 돼. 자꾸 사람들과 소통하고 남녀가 만나고 하니까 굳이 신경 안 써도 될 것에 신경을 쓰게 되는 거지. 자연스럽게 투표율도 낮아지게 될 거고."

"그런데 질병관리청은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 젊은 여성이 말을 이었다.

"아마 그 해결 채을 찾기는 힘들 겁니다.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 국민의 80% 이상이 메나 휴먼에 접속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알기는 힘들 겁니다. 보안도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곳에 접속할 때만 잠시 그런 기분을 느끼다가 현실 속으로 돌아오면 사랑 같은 감정은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메타 휴먼 오메가의 세상은 메타 휴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곳이면서 가장 많이 비용이 지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이들은 접속 레벨이 구분되어 있어서 이들과 경로라던가 직접 대면하는 경우는 없었다. 오메가의 일원 들게는 이들이 보였으나 이들은 오메가의 일원은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경일과 연경은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교토의 기요미즈데라를 걸었다. 가을로 설정이 되어 있는 그곳은 교토의 명소다웠다. 그녀는 경일에게 계속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물어봤지만 뾰족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그녀의 친구인 지연과 경일은 둘 다 같은 입장이었다.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지연도 그 남자와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경일 열 시 왜 그렇게 변했는지 스스로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태가 편하다고 오히려 자신을 이해 못하는 그녀가 이상하다고 쏘아붙였다.


"둘 다 왜 그래? 아니 별다른 이유도 없이 왜 갑자기 변한 거야. 물론 TV에서 그런 비슷한 바이러스가 있다고 했지만 내 주변 사람이 그렇게 될지 몰랐어."

"난 결혼식에서 나온 것이 오히려 속 시원한데. 굳이 누구랑 살아야 되는지도 모르겠어."

"나 역시 그 사람과 아무런 감정 없이 산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

"그럼 저 아름다운 색의 가을 낙엽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아니야. 이쁘다는 그런 느낌은 있지만 가슴이 벅찬 그런 설렘 같은 것이 없을 뿐이야."

"그럼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지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초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있고 그러다 보면 상대방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면서 배려하면서 결국 사람을 지속하게 만드는 서로 간에 헌신이 아닐까."

"지연이가 잘 아네. 그런데 왜 그러는 거야."

"물론 알아. 그런데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할까."

"연결아 우리 사이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친밀 감하고 헌신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오빠는 그전까지 충분히 그 단계까지 갔다고 생각해. 그냥 갑자기 오빠가 변한 거야."


계속 돌아가는 대화 속에 경일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주 약간 미묘한 감정의 변화는 있었다. 그는 말도 없이 캡슐 튜브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나가자 가을의 기요미즈데라에서 그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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